「외계에서 온 다이아몬드?」 최근 미 매사추세츠대 스테판 해저티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일부가 지구상의 동식물 연대보다 30억년이나 오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이론은 동식물의 탄소가 고온 고압에서 다이아몬드가 된다는 입장. 구성성분보다 결과물이 오래됐다? 해저티교수는 이 탄소가 운석이나 혜성에 의해 지구로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이런 식으로 반입된 외계 물질은 탄소뿐일까. 과학자들은 현재까지 생명체는 우연히 지구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믿지만 그 우연이 꼭 지구에 한한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그 우연은 지구밖에서 먼저 이루어져 다이아몬드의 탄소처럼 지구로 옮겨온 것은 아닐까. 풀지 못한 생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학자들은 외계생명체 탐색에 몰두하고 있다. 수십년째 지루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외계인의 전파신호 추적하기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를 만나려는 대표적 방법은 전파신호를 추적하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다. 민간 후원을 받는 세티연구소는 푸에르토리코의 지름 300㎙짜리 초대형 아레시보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수신되는 전파 중 의미있는, 즉 인위적인 신호를 찾고 있다.
세티는 이제 전문 연구자들뿐 아니라 100만명의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안방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분교가 주도하는 서렌딥프로젝트는 자원자들의 PC로 슈퍼컴퓨터가 할만한 자료분석을 실행한다. 개인들이 인터넷(setiathome.ssl.berkeley.edu 또는 planetary.org)으로 스크린세이버를 다운받아 설치하면 PC를 쓰지 않는 밤에 메인 컴퓨터에서 받은 자료를 검색한다. 이달 중순 외계인 찾기에 동참하는 참가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앤더슨은 『어느 사무실에서 한사람이 참가하면 곧 이 사무실 전체가 참가하는 식으로 번져간다』고 말했다.
세티의 출발은 1960년.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는 문명의 존속기간과 같다」는 드레이크등식을 정리한 프랭크 드레이크박사가 오즈마 프로젝트라는 첫번째 외계신호잡기에 나섰다. 70년대엔 미 항공우주국(NASA)도 HRMS라는 세티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의회가 예산을 끊어 손을 뗐다. 현재는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등 민간기구의 후원을 받는 세티연구소가 피닉스프로젝트(2001년까지 태양과 비슷한 1,000개 별을 조사하는 것)를 수행하며 캘리포니아주립대, 오하이오주립대, 하버드대등 일부 대학이 연구를 진행중이다.
40년째 어떤 형태인지, 올지 안올지 모를 신호를 기다리는 이 일은 고단하다. 영화 「콘택트」처럼 사람이 헤드폰을 끼고 듣지는 않지만. 연구자들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과 다른 인공신호, 수학적 의미를 가졌거나 또는 인위적 전파인 300㎐이하의 전파를 샅샅이 훑고 있다.
물론 아직 외계의 답신을 포착한 일은 없다. 그럼에도 세티연구소는 버클리대학과 함께 2004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라슨산 정상에 무려 1,000개의 전파안테나를 세울 계획이다. 더 많은 별의 소리에 안테나를 조준하기 위해서다.
외계의 행성계 찾기
외계인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면 그들이 살만한 곳을 직접 찾아나서는 건 어떨까. 일단 「태양과 비슷한 별」이 관건이다. 물론 폭발하는 가스덩어리인 별 자체엔 생물체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행성, 위성이 있어야 한다.
태양과 비슷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별들은 모두 일정한 진화단계를 거치는데 질량이 클수록 뜨겁고 짧은 생을 산다. 태양의 수명이 100억년인데 비해 태양보다 10배 무거운 별은 1,000만년밖에 살지 못한다. 지구에서 원시생물체가 출현한 것이 35억년 전이니 「짧고 뜨겁게」 사는 별엔 고등생물체가 진화할 시간이 없다. 스펙트럼분석상 가장 질량이 무거운 O형, 즉 푸른 빛의 뜨거운 별은 후보지에서 제외된다. 주된 타깃은 태양과 비슷한, 온도가 5,000~6,000도쯤 되는 노란 별(G형)과 그 앞뒤의 F·K형(또는 M형까지)이다.
태양 아닌 다른 별에도 행성이 있다는 사실이 실제 관측된 것은 95년 이후. 지금까지 태양과 비슷하면서 너무 크지 않은(목성질량의 13배 이하) 행성을 가진 외계행성계는 19개가 관측됐다. 7월말 유럽남천문대가 발표한 시계자리 아이오타성은 태양질량의 1.03배로 지금까지 관측된 것중 가장 태양과 흡사한 행성계였다.
행성의 궤도와 크기도 중요하다. 행성이 별에 너무 가깝거나 멀면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 물이 존재하기 어렵다. 너무 무거우면 대기와 암석의 분화가 어렵다. 한국천문연구원 성언창연구원은 『지구 질량의 300배나 되는 목성은 자체 중력이 커서 수소등 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가스덩어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술로 목성보다 작은 행성은 관측이 어렵지만 그정도의 행성은 보다 작은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몇달 전 3개의 행성을 가진 안드로메다 입실론성이 「제2의 태양계」라고 주목을 끈 이유가 그것이다.
궤도의 찌그러진 정도(이심률·離心率이 클수록 많이 찌그러진 타원이다)도 관계가 있다. 태양계 행성들은 모두 원에 가까운(이심률 0.05이하) 궤도를 돌고 있으나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계는 보다 타원에 가깝다. 만일 태양계에서 목성이 타원형으로 돌고 있다면 지구와 화성은 중력작용에 의해 태양계밖으로 흩뿌려졌을지 모를 일이다.
외게 행성계 찾기에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유럽남천문대가 운영하는 라 실라천문대, 프랑스 오트 프로방스천문대, 샌프란시스코대학 릭천문대, 스미스소니언천체물리천문대(SAO)와 고도(高度)천문대(HAO)가 함께하는 위플천문대등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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