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개정안이 8월10일 입법예고가 되었는데 복사부문에 관한 개정내용이 미흡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이용자는 복사를 할 수 있는데 일반공중을 위해 설치돼 있는 복사기기로 복사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조문으로 과연 복제보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10만대의 복사기가 새로 생산되고 있고 최근 5년간 복사기보급대수는 약 50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8개 주요 출판사가 11종 1만5,000부의 대학교재를 발행했는데 약 3,500부만이 팔리고 76%가 반품되었다.
복사로 인해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대학교재마저 팔리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저작자와 출판사가 무단복제 때문에 입는 피해는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학술도서출판협회에서는 지난 1월21일 학술전문도서 출판의 중단을 선언 바 있다.
저작자와 출판사가 무단복사로 입은 손실을 보상해 주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기기부과금과 운용자부과금이다.
기기부과금은 복사기제조회사가 복사기를 구입하는 대학, 기업체, 복사업소(운용자) 등으로부터 구입가의 2%정도를 저작권사용료로 받아 저작자와 출판사의 단체에 대신 지급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100만원짜리 복사기의 경우 저작권사용료로 2만원을 복사기제조회사가 받아서 저작권사용료징수단체에 주는 것이다. 운용자부과금은 복사한 저작물값의 일정비율, 예컨대 소비자가 한장에 30원씩 복사대금을 낸다면 거기에 저작권사용료 3원을 추가해 이를 복사업소가 모아서 저작권사용료징수단체에 지급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기기부과금과 운용자부과금 등 2중으로 저작권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나 원래 저작권사용료라는 것은 이익이 발생할 때마다 지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운용자부과금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의 저작권법에서는 운영자부과금이라고 하나 입법예고된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와 출판사의 단체가 복사업소와 계약을 체결하여 지급하는 법제를 취하고 있으므로 운영자부과금제도를 취하는 나라보다 어려움이 있고 복사기의 기기부과금은 아예 규정되어 있지도 않다.
외국에서는 아프리카의 콩고를 포함하여 27개국이 복사기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10년전부터 복제보상금제도의 도입을 모색하고 있으나 전자업계의 반대로 아직 도입되고 있지 않다. 대학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학술서의 복사는 극에 달해 있고 어떤 형태이든 이제는 저자나 출판사에 대한 보상은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저자와 출판사의 단체가 복사기운용자와 계약으로 저작권사용료를 받는다 해도 실제로 보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복사기의 기기부과금 도입이 불가피하다.
전자업계는 자기의 이익을 올리는데만 급급하고 소비자는 싼 복사물만 선호하고 복제보상을 외면한다면 누가 책을 쓰고 누가 출판을 하겠는가? 이러한 여건에서 21세기 정보화사회는 도래할 수 없는 것이다.
/황적인·서울대 법대 명예교수·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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