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태국방장관과 쯔하오티엔 중국 국방부장의 23일 베이징회담은 분단이후 양국 군사최고책임자의 첫 공식 만남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두사람이 반갑게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본 전전세대들은 아마도 격세지감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6·25전쟁때 총부리를 겨눴던 「적군」이 전후 반세기만에 웃으며 만나는 모습에서 군사적 적대관계의 청산과 한중관계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역사적 상징성을 떠올릴 만하다.
양국장관은 특히 앞으로 군 고위급 인사의 상호교류를 확대하는 등 군사분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니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틀을 다지는 데 있어 큰 역할과 성과가 기대된다.
한중 국방장관의 이번 만남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동맹관계가 여전히 확고부동하다는 현실에서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중국은 61년 북한과 맺은 「조·중 상호 원조 조약」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조약은 중국이 유사시 북한에 대해 즉각적인 군사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와관련해 일각에서는 한중 국방장관회담으로 이 조약이 사문화단계에 이르렀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매우 섣부른 발상이다. 우리가 중국과 군사교류의 길을 텄다고 해서 이를 중국과 북한의 군사동맹관계 축소로 연결짓는 것은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북중관계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견고한 것임이 북핵협상등 예민한 외교현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통해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군사교류는 어디까지나 한반도 긴장완화의 방법론을 모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지 북한을 자극하거나 고립시키는 매개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중국과의 군사교류 확대가 북중관계의 틈새를 노리는 데 있지 않음을 북한에도 인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제 막 시작된 한중 군사대화가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간접적인 군사대화 경로로 진전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양국 군사대화의 주요의제로 남북한 군축문제를 다루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됐으면 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남북한 군축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 군사 공동위원회의 개최를 통해 논의돼야 하겠지만 가까운 장래에 군사공동위 개최가 어렵다면 그 이전 단계에서 한중·북중 군사대화 채널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주도의 전역미사일 방위(TMD)구상 참여에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이해가 한반도 군축논의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