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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IMF지원금 '부패늪'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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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IMF지원금 '부패늪'서 실종

입력
199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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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구조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위기극복은 결국 모래성에 불과한 것인가.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진원지중 한곳이었던 인도네시아에서 구제금융자금이 유용된 사례가 적발돼 국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등이 경제위기극복에 쓰라고 지원한 돈이 거꾸로 부패먹이사슬을 고착화시키는데 악용되고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발리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발리은행 경영진들이 IMF 구지원자금 중 5,460억루피아(8,000만달러)를 집권 골카르당 고위 간부 소유의 악성부채 인수업체에 「커미션」으로 지급하는데 사용했다는 회계전문회사의 감사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구제금융자금 특혜 및 유용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IMF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스탠리 피셔 IMF 수석 부총재는 관련부처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조속한 진상규명과 함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회계장부도 감사를 맡은 회계업체에 열람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인도네시아 야당세력은 문제의 돈이 발리은행에 회수됐다는 정부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특별조사단구성 및 재무장관과 은행개편처(IBRA)처장등 관련자 전원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11월 대선때 사용할 골카르당의 정치자금과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있다.

인도네시아정부는 23일 사태가 계속 확산되자 IMF가 요구한 중앙은행 회계장부열람을 수용한다고 발표하긴 했으나 이정도로 문제가 수습될 것 같지는 않다. 대외신인도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에도 세계은행이 지원한 자금중 20%정도가 부패정치인들에 의해 유용됐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와 태국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정부가 미국내 일부 은행들을 통한 러시아의 IMF자금세탁가능성을 조사하고있다고 보도했다. IMF측은 「보도내용을 확인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러시아 국내사정을 고려할 때 이같은 일이 발생할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태국에서도 특혜성 자금을 둘러싼 부패구조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태국정부는 국영 크룽 타이 은행(KTB)이 IMF자금을 부정대출한 혐의가 있다는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 특별 조사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23일 발표했다. 태국 재무부는 이날 총 여신의 약 60%가 악성인 KTB를 조사하는 팀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장현규기자

jh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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