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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시부모님처럼만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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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시부모님처럼만 살았으면

입력
199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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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숨소리를 내며 주무시는 두분 시부모님을 살피며 오늘 하루 소풍이 고되셔서 더욱 달게 주무시는 것 같아 불을 끈채 작은 등을 켜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큰 집에서 집을 새로 짓기 때문에 두 달째 머물고 계신 두 분은 거실이 넓어 좋다고 하시며 거실에서 주무신다.시골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시던 부모님은 무료함도 달래실 겸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하시고 낮에는 이곳 저곳 구경도 다니신다. 며칠전에는 공설운동장에서 노인 잔치가 있다고 나가셔서 점심대접도 받으시고 꽃도 달고 오셨다. 그제는 자원봉사자들이 머리도 깎아 주었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기도 했다.

허리 구부러진 어머님을 앞세우시고 키가 큰 아버님이 보디가드처럼 뒤따르시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워 남편에게 『우리도 이 다음 두 분처럼 살자』고 졸랐다. 어머님의 유일한 독서책인 찬송가를 읽다 아버님께 무언가를 물어보시면 귀가 어두운 아버님은 어머님의 말씀은 잘도 들리는지 또박또박 일러주시는 모습도 정말 보기 좋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해드릴까 생각하다 우리 가락인 회심곡과 창부타령 테이프를 사다 틀어드렸다.

운동도 안나가시고 다시 또 틀어달라시며 회심곡을 듣다 눈가를 훔치는 아버님을 몰래 쳐다보며 어느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나 이세상 소풍 끝나는 날 이 세상은 아름다웠노라」고 했던 구절을 생각하며 자식들에게 하고픈 말이 너무 많지만 모두 가라앉히고 연못위의 연꽃처럼 해맑은 미소만 지으시는 두 분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노래를 하라고 권하면 달리는 차안에서도 노들강변을 2절까지 다하시는 어머님. 팔순의 두 분 부모님 그렇게만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김영희·경기 광주군 광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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