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옐친의 건강악화로 병상에서 잠시 회동한 이후 9개월만에 갖는 공식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서방에 대항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양국 정상의 최대 관심사는 동유럽으로 꾸준히 세력을 넓히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저지하고 사회주의 양대 초강국의 결속을 과시하는 데 있다. 옐친은 구소련 붕괴이후 江주석과 5차례의 회담을 통해 『미국 중심의 단일세계체제에 대항할 다극체제』를 주장하며 반서방 노선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부터 이라크와 코소보를 일방적으로 응징한 미국에 대항해 「외로운」 투쟁을 해온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유대를 더욱 절감하고 있다. 중국은 또 러시아에서 수십억달러의 미사일, 잠수함 등을 도입하면서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있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이 『러중 양국관계는 물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은 다극화 세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데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는 파트너』 라고 밝혔다. 양국정상은 이를 증명하듯 22일 전화로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논의하는 친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건강문제로 외유를 꺼리던 옐친이 오랜만에 외국순방길에 오른다는 의미도 있다. 옐친은 악화하는 병세로 올해들어 단 두번밖에 외국나들이를 하지 않았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TV방송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던 옐친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고 국정 재가동을 시작했는 지가 주목된다.
이번 회담은 2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연방 4개국간의 국경협상인 「상하이 협정 5개국」 정상회담 기간중에 별도로 마련된 것. 중국과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 등이 참가하는 5개국 정상회담은 이번이 4번째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국간의 7,000㎞에 이르는 국경지대의 비무장과 군축을 논의하게 된다. 이와함께 5개국간 경제협력 및 주변지역의 분쟁에 대한 공동대응 등도 논의대상이다. 현재 러시아는 다게스탄의 무력 독립요구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카자흐스탄 등에 흩어져 있는 위구르족의 자치요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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