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사건 청문회는 「고관 부인들의 스캔들」을 다루는 탓에 장안의 시선을 모았다. 여야 의원들도 국민적 관심을 의식, 자리도 뜨지않고 증언 하나 하나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청문회는 KBS와 MBC SBS YTN이 생중계했으며 취재진 5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초입부터 의사진행 발언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사직동팀의 내사자료 제출문제를 놓고 여야는 격렬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먼저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안의원은 『위원회 전체 의결로 사직동팀의 내사자료를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국민회의 조찬형(趙贊衡)의원은 『무슨 위원회 의결…』이라며 『의원 개개인이 관심 부분에 대해 서면으로 질의하면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목요상(睦堯相·한나라당)법사위원장은 『경찰청은 24일 밤 12시까지 제출하라』고 서둘러 방망이를 두들겼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자료 없다는데 왜 그래』라고 반발했지만 야당의 밀어붙이기에 묻혔다.
이어 이날 밤 늦게 횃불선교원 비서 고민경(高敏境)씨에 대한 신문에서 사직동팀의 내사자료가 제시돼 파문이 일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사본 한장을 고씨에 보여주며 『이게 사직동팀에 진술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고씨가 『내가 진술한 것』이라고 답하자 정의원은 『사직동팀이 아무리 자료를 내놓지 않아도 다 유출되고 있다』면서 『두고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접전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를 거론하면서 재연됐다. 안상수의원은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이 「이 옷들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나』고 물었다. 배정숙(裵貞淑)씨는 『그런 적이 있다』며 『(이희호 여사가) 러시아 방문 때 입은 옷도 같은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배씨는 또 안의원이 『이형자씨가 편지를 써 가지고 와서 이희호여사에게 전달해달라고 정일순씨에게 부탁했다는데』라고 묻자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면서 『정씨가 「내가 바보냐, 그걸 전하게」라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에 국민회의 조찬형(趙贊衡) 한영애(韓英愛)의원 등은 『청와대에 선이 닿아있다면 왜 배씨에게 로비했겠느냐』면서 『정치공세를 말라』고 항의했다. 한의원은 『상황을 오도하지 말라』며 『이여사가 남대문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발끈했다.
○…신문이 이루어지는 동안 상당수의 의원들은 옷 로비사건에 관련된 사람을 언급하면서 「씨」자(字)를 빼고서 「연정희」 「이형자」 「조복희」등으로 불러 TV를 지켜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배정숙씨는 증언 과정에서 연정희씨에 대한 나빠진 감정을 언뜻언뜻 드러냈다. 자민련 송업교(宋業敎)의원이 『IMF 와중에 누가 고급의상실을 가자고 주도했나』고 묻자 배씨는 『앙드레 김 의상실, 나나부티크에는 연씨가 가자고 해서 갔다』고 말했다. 배씨는 국민회의 박찬주(朴燦柱)의원이 『연씨가 이형자씨를 고소한 것이 명예회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증인에게 모든 것을 뒤짚어 씌운 것 인가』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이에 앞서 배정숙씨는 오전 9시30분께 변호인, 여동생과 함께 국회에 도착했다. 검은회색 바지정장 차림의 배씨는 초췌했으며 여동생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휴대용 산소호흡기까지 들고
왔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