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의 평균 수명은 10년이 채 못된다. 헌정 반세기 동안 250여개의 정당이 명멸했지만 당명을 외울만하면 당간판을 내리는 식의 명(命)짧은 정당이 적잖았다. 최장수 정당이래야 63년 박정희 전대통령의 3공화국 출범과 함께 17년 5개월을 살다 간 민주공화당. 그 다음이 16년의 수명을 기록한 1공화국 때의 조선민주당과 한국독립당 정도다.■19세기에 탄생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은100~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구 선진정치의 대명사가 됐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집권 자민당이 44년째 그 전통을 잇고있다.
지금있는 우리 정당의 나이는 몇살이나 됐나. 새정치국민회의가 지난 11일로 4살, 자유민주연합이 4년 5개월, 한나라당이 고작 1년 9개월이다. 그야말로 걸음마를 갓 배운 어린아이 수준이다.
■요즘 여야정치권의 창당논의가 활발하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신당창당」에서 뉴밀레니엄을 위한 「제2의 창당」에 이르기까지 거창한 창당론이 봇물을 이룬다. 저마다 정당개혁을 통해 새 천년에 대비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등에 업고있다. 지금같은 행색으로는 명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몸단장을 새로 해서라도 국민들 앞에 좀더 가까이 가겠다는 데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는 외양이 아니라 의지라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우리의 여야정당은 한결같이 훌륭한 정강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념도 별 차이가 없다. 새 사람을 많이 끌어 모으고 당명만 새로 바꾼다고 인기있는 정당으로 거듭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인 보스 중심의 당 운영 방식은 그대로 둔 채 명함만 새로 판다고 과연 국민들이 그 정당을 환영할까. 진정한 당내 민주화, 민의대변의 옳바른 정당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창당의 오메가요 알파가 돼야한다. 아니면 어지러운 이합집산의 되풀이만 있을 뿐「새 정치」는 없다. 정진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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