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이 사내의 공식적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주위사람들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이도 있지만 한국인직원끼리 생뚱맞게 영어로 말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고 세계화시대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혼란스럽다는 이도 있다.영어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직원들의 영어구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평소에 영어를 사용하면 외국인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경영실수와 실패를 예방할 수 있고 기업의 가치까지 높일 수 있다고 그 기업은 믿고 있다.
남의 기업 일이니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간섭할 바 못 되지만 그 기업의 결정은 영어 때문에 과민할 지경이 된 우리 사회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어느 사이 우리사회는 「누구나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신봉하게 된 듯하다. 아무도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미국방문시 한국어 아닌,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면, 또 신문들이 「영어 한 마디」를 싣고 기업들이 사원 채용시 영어실력 측정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영어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영어가 세계공용어이며 세계의 중요한 지적 산물이나 80% 이상의 인터넷 저장물이 영어로 쓰여 있다 해도 그렇다.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 국내용 인터넷사이트가 영어여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화제의 그 기업은 상품을 국내에도 판매한다면, 또 비영어권 지역과도 교역을 한다면 한국어와 기타 언어로 된 사내 문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최근 일부 서양학자들은 영어의 파워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영어의 세계공용어화는 영국이 여러 나라를 식민지화하는 동안 싹트기 시작, 미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고착됐지만 미영의 정부조직은 물론, 포드재단 같은 사회기구, 대학사회까지 영어공용화 불변정책과 영어의 산업화, 곧 「영어 제국주의화」에 가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많은 대학들이 교양영어강좌 제목으로 잘 쓰는 ESL이니, ELT니 하는 용어는 「모국어교사 최고, 영어를 잘 할수록 사회적 성공 보장」등을 내세워 영어가르치기를 「수지맞는 비즈니스」로 둔갑시킨 것이라고도 한다. 미국 영국이 탈퇴한 유네스코가 소수어 지키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떠올리며, 영어를 배우고 닦는 동안 미영 중심의 가치관 습득을 경계하기를 정말 소망한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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