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주가가 폭락해도 돈을 번다. 나는 활황국면에도 구경꾼 노릇만 한다. 어떤 종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내가 산 종목은 늘 반대로 움직인다. 주변에서 목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내 주식은 수익은 잠깐이고 늘 원금마저 밑돈다. 또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른다」주가가 오르고 내릴 확률은 50%씩이다. 그런데 주식에 자꾸 실패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병」에 걸렸기 때문. 현대증권은 이런 병이 든「환자」를 치료하는 투자클리닉을 지난달 20일 서울 개포동에 열었다. 한달간 이 증권사 클리닉센터에서 진단받은 투자자들의 대표적 증상과 처방을 들어봤다.
수익조급증: 조금 오르면 팔아 큰 이익을 피해간다
직장인 정상철(41·가명)씨는 정기적금을 탄 돈으로 지난해 8월 S증권을 8,100원에 1,000주 매수했다. 주가가 지루하게 횡보하자 여러번 정리를 시도하다 그해 10월이 됐다. 주가는 급등을 시작했다. 11월16일, 웬지 두렵고 겁이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정씨는 「상투」를 확신하며 결국 1만6,000원에 모두 팔았다. 원금대비 100%를 남겼지만 이후 그는 더 큰 낭패감을 맛봤다. 현재 이 증권주는 6만원대로 올라 있다.
치료: 주가는 오를 때 한없이 오르고, 내릴 때 한없이 내린다. 그런데 개인은 조금씩 자주 벌고 한번에 크게 잃는다. 특히 종목이 고가이거나 전고가를 경신하면 두려워한다. 그래서는 큰 돈을 벌 수 없다. 오를 때는 일정률을 정해놓고 다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량은 초기보다 적게 투자해야 한다.
원금집착증: 손해보고 절대 팔 수 없다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김연자(52·가명)씨. 89년 주가 1,000포인트때 가장 우량한 J은행에 1억원을 투자했다.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10년을 기다렸다. 환란을 맞아 제일은행이 10분의 1로 감자되고도 기다렸다. 7월 에 지수가 다시 1,000이 되자 출금을 위해 평가금액을 확인한 김씨는 망연자실했다. 적힌 금액은 3,000만원이었다.
치료: 김씨가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사서 보유한 것은 마치 행운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량한 주식이라도 주식을 매수할 때는 손절매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마음먹은 손절매 가격이 오면 철저히 정리해야 했다. 그러면 어떤 종목이라도 두려울 게 없다. 물론 오르면 다시 매수해야 한다.
한탕선호증: 한 종목으로 승부, 한번에 큰 돈을 벌자
경기 안양의 박창수(42·가명)씨는 하루하루 주가걱정에 사업도 되지 않는다. 친구 소개로 B증권사를 찾은 게 이달초. 직원이 D무역을 추천하자 다른 종목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꺼번에 4,050원에 5만주를 미수로 매수했다. D무역 주식이 값이 싸 일단 오르기만 하면 다른 종목보다 동일한 원금으로 몇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전 동시호가에 일부 반대매매되고, 종가는 3,300원까지 떨어졌다.
치료: 크게 한탕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물론 개인은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을 사기 원한다. 그러나 돈 벌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처음부터 한 종목에 돈을 몽땅 털어넣는 「몰빵치기」에 유혹되기 쉽지만 금물이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때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2~5종목으로 분산투자해야 한다. 그중 오르는 종목을 더 사고, 떨어지는 종목은 손절매해야 한다.
물타기증: 주가가 내리면 단가를 낮추려고 추가매수한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이미숙(32·주부)씨는 1월에 남편 몰래 1,0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 궁리끝에 저가 종목인 S은행이 눈에 들어왔다. 20%만 따고 나올 계산으로 3,000원씩 2,000주를 매수했다. 한종목에 털어 넣으면 위험해 여유돈을 남겼다.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6월 2,50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매수단가를 낮추려고 1,500주를 추가매수했다. 그러나 주가는 1,700원대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이씨는 지금 원금만 되면 다시는 주식을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치료: 개인의 대표적인 나쁜 병인 「물타기 전법」이다. 이는 위험관리의 기본도 모르는 투자법이다. 주가가 빠질 때 물타기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종목선택보다 손절매 가격이 오면 반드시 정리, 손실을 줄이는게 더 중요하다. 한번에 크게 벌 수 있다는 말만 믿지,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때 대안을 세우지 않는게 문제다.
뇌동매매증: 남의 말과 루머를 믿고 투자했다.
경북 울산의 강숙자(45·주부)씨는 주식투자경력이 10년째다. 종목선택이나 분석에 자신이 없는 그는 객장에서 남들이 좋다며 사는 종목과 루머를 접할 수 있었다. 이런식의 남 따라하기로 이익도 자주 내자 강씨는 더 많은 정보를 얻어려고 증권사 객장을 전전했다. 객장에 나가지 않으면 불안하고, 나가서는 현금이 있으면 무조건 사고 신용매수도 하게 된다. 반대매매시에는 돈을 빌리거나 땅을 팔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빚과 일부 주식뿐이다.
치료: 증권시장은 일반투자가들이 돈을 버는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투자하면 손실만 보게 되는 것이 주식이다.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남에게 인생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막연히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두면 성과는 손실이기 쉽다. 남이 좋다 해도 반드시 오르는 추세인지 확인하고, 손절매 가격을 정한 후 매수해야 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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