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주민투표 D-7동티모르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까.
75년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강제 병합된 후 분리독립 투쟁 과정에서 주민의 3분의 1인 20만~30만여명이 숨진 「피의 땅」. 이곳에서 30일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하지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인도네시아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통합파 민병대의 투표 방해 행위가 노골화, 투표실시 여부 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무장 민병대들은 거리를 활보하면서 툭하면 독립파측 유세장을 향해 발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유엔 선거감시단 마저 공격하고 있다.
18일에는 수도 딜리 서쪽 70㎞ 소재 말리아나의 동티모르저항평의회(CNRT) 사무실을 급습, 회원 10여명이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를 방문했던 유엔 동티모르파견단(UNAMET)의 이언 마틴 단장은 수시간 동안 총성을 들으며 사무실에 갇혀있어야 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건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윔허스트 유엔 동티모르 대변인은 23일 『지난주말에만 여러 마을이 공격받는 등 민병대의 폭력행위가 선거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현지를 방문중인 미 의회 대표단도 『긴장 상태가 거의 폭발 직전』이라며 『국제평화유지군 파견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수하르토의 32년 독제체제가 무너진 후 하비비 대통령이 1월 국제여론에 굴복함으로써 우여곡절끝에 일정이 확정됐다. 그러나 들불처럼 일어선 독립파와 통합파간의 반목이 살륙전으로 치달으면서 동티모르는 무법지대로 변했고 3월이후 200여명이 살해됐다. 주민들도 밤마다 피난을 가야 했다. 6월에는 민병대가 유엔 초소를 공격, 유엔 직원 등 10여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주민투표는 22일로 연기됐다 또다시 30일로 미뤄졌다.
이같은 무정부 상태는 주민투표가 끝나더라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노에르 무이스 동티모르주둔 인도네시아군 사령관은 23일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어느 쪽도 패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투표결과 발표 전후에 대규모 유혈사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독립파의 거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 오르타는 『인도네시아는 지금껏 동티모르에서 단 1개의 전투대대도 철수시키지 않았다』면서 『주민투표후에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투표는 27일까지 선거운동을 갖고 이틀간의 휴식 후 30일 투표, 31일 개표하게 된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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