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7시께 99프로축구 바이코리아컵 천안일화-포항스틸러스전이 예정된 강릉종합운동장.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 대신 관중들이 환불요구를 하는 등 시끌법적했다.사정은 이랬다. 경기 시작전 조명탑의 전원을 공급하는 발전기의 고장으로 경기자체가 취소된 것. 여러차례 안내방송을 하며 발전기를 수리하려했으나 수리불능으로 판단, 하오 7시30분께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취소도 문제지만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관중의 분노를 샀고 소동이 더욱 커졌다. 2002년 월드컵개최국이자 연간 300만 관중을 바라보는 한국프로축구로서는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지난해도 있었다. 지난해 8월22일 정규리그 일화와 전남경기. 오후 5시에 시작한 경기는 1-1 팽팽한 접전끝에 연장전에 들어갔으며 120분간의 경기가 끝났음에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고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둠속에서의 승부차기. 엎친데 덮친격으로 승부차기도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시키며 5-5. 그러나 벌써 주위는 깜깜해졌고 공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의 승부차기는 불가능했고 결국은 「일몰에 의한 추첨승」이라는 프로축구 출범이후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두 해프닝의 원인은 물론 조명탑시설이다. 천안일화의 홈구장인 천안오룡경기장엔 라이트시설이 없다. 따라서 라이트시설을 찾아 대구 강릉 동대문으로 전전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불가항력」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93~95년 정규리그 3연패를 차지한 명문구단의 홈구장에 라이트시설이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한국프로축구의 수치다. 과연 이것이 17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축구의 자화상이고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한국축구의 현주소인가.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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