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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굵기의 예술-고독에의 탐닉 이유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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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굵기의 예술-고독에의 탐닉 이유있는 항변

입력
199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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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의 예술」, 폴 오스터 지음, 문학동네 발행책 속에 고개를 떨구고 열중하다 보면 더위는 어느새 성큼 뒤로 물러 앉는 다. 그래서 나는 늦더위를 이기게 해 줄 한 권의 책을 찾아 또 다시 서가를 기웃거리게 된다.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납량물로서 일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 그의 소설들을 가령, 「뉴욕 삼부작」 「문팰리스」 「리바이어던」 「미스터 버티고」 등 소설들은 하나 같이 딱 집어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성향의 소설들이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추리물인 「뉴욕 삼부작」과 우연적 구성으로 보여주는 한 인간의 붕괴극 「리바이어던」은 로맨스 아닌 로맨스, 스릴러 아닌 스릴러로 읽은 이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그래서 한결같이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읽는 순간에는 혼돈의 서이면서 다 읽고 나면 고독의 서이다.

현대 미국문학의 대표 주자이면서도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그리 널리 대중과 친화력있게 만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왜 고독의 소산인지 어떻게 그 고독에 접근했는지를 산문집 「굶기의 예술」을 통해 소상히 밝혀 놓았다. 특히 그가 애착을 느끼는 선배 작가들에 대한 논평들을 묶은 1부는 「허기」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문학의 세계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주로 소수독자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에 매료되는 듯하다.

2부는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 그의 수작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잘 알 수 있다. 소설가답게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나열하면서 그 소설들을 쓸 때의 의도와 문학적 지향들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극명한 정황 묘사들은 그의 소설 속에 더 잘 그려져 있겠지만 나에게 맥락의 독서를 가능케 해준다는 점에서 이 대화들을 그 자체로 오래 곱씹어본다. 마치 작가가 나에게 직접 말을 건넨 것처럼 느끼면서.

정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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