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 /티옌리캉 지음해마다 이맘 때면 브라운관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의 원귀들. 알고 보면 인습의 희생자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효와 절개라는 인습 혹은 이데올로기의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파고드는 책이다.
중국 명(明)대에는 남편이나 약혼자가 죽어 홀로된 여인이 단을 세우고 사람들 앞에서 목을 매달았다. 단을 세운다 해서 탑대(搭臺)라 불렸던 풍습이다. 효와 정절 사상이 세상을 얼마나 참담하게 만들었는 지, 실례들이 그림과 함께 풍성히 나오는 이 책의 비공(批孔) 정신은 격렬하기 그지없다.
할고(割股)라는 효행 풍습은 아예 전율스럽다. 허벅다리(股:고)에서 살점을 잘라낸다(割)는 「효도법」으로, 명대까지 암암리에 권장됐던 풍습. 가난한 살림에 병든 부모를 모신 백성은 허벅지 또는 팔에서 살점을 도려내 탕약과 함께 다려 부모에게 올려야 했다.
그러나 문인이나 세력 등 지배계층은 할고의 고통을 비껴갈 수 있었다. 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신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유교 논리가 글을 배운 그들에겐 든든한 보호막이 돼 주었던 것. 그것들은 결국 백성의 공격성을 복종적 행동으로 돌리기 위한 훌륭한 수단일 따름이었다고 책은 결론짓는다. 88년 푸단(復旦)대 원로 역사학과 티옌리캉(田汝康·83) 교수가 쓰고, 중국사학자 이재정씨가 옮겼다. 예문서원 발행.
7,500원.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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