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순의 나이에 인터넷비즈니스에 뛰어든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61)사장.그가 요즘 20·30대 초반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인터넷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3월 미국 라이코스사와 50대 50으로 투자, 출범한 라이코스코리아가 서비스 시작 한달여만에 하루 접속페이지 350만건을 돌파한 것. 이 정도 접속건수는 인터넷 관문(포털·Portal)사이트를 표방하는 대표주자들도 1,2년 걸리는 수준. 라이코스저팬이 1년만에 1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반도체장비 생산업체인 미래산업의 실질적 오너인 그는 83년 설립한 미래산업을 통해 17년동안 반도체장비 생산에만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인터넷환경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점에 착안, 올해 세계 3대 인터넷포털사이트업체인 라이코스사와 합작해 본격적으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연구소 SW엔지니어들이 21세기 중장기전략으로 인터넷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바로 참여를 결정했지요』
반도체장비라는 하드웨어적인 사업에만 전념해온 그지만 번뜩이는 젊은 벤처기업가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곤 한다. 매출액 800억원대의 상장기업 사장인 만큼 신규사업을 실무진에 맡겨놓을 만도 하지만 인터넷사업에 푹빠져 매일 여의도사무실을 지키곤 한다. 젊은 소프트웨어개발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씨름한 지 6개월만에 당당히 인터넷분야의 선두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검색 무료 홈페이지에 이어 이달초에는 무료 전자메일서비스를 시작, 보름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말께는 보안기능을 갖춘 전자메일상품을 내놓을 계획. 정사장은 『지금의 전자메일은 보안기능이 전무해 해킹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면서 『보안 전자메일은 회사간의 중요정보나 사이버뱅킹, 사이버트레이딩 등에 필요한 개인정보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4월초 금융분야 암호기술전문개발업체인 소프트포럼을 출범시켰다. 올 매출목표를 20억원으로 잡았지만 광고가 몰려 40억원을 수정했다. 내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장담한다. 정사장은 인터넷채팅을 통해 라이코스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서비스개발에 몰두하며 오늘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 정사장은 누구
공무원 출신으로 80년 강제퇴직후 43세에 사업에 뛰어든 그는 사람을 키워쓴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회사에는 단 한명의 친인척도 없다.회사를 이끄는 주역은 백종규부사장을 포함한 공고출신 4인방. 최근에는 회사를 절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사내에 공표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항상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긴다. 회사를 창업동지인 백부사장에게 맡기고 라이코스코리아 경영도 조만간 미래산업 SW개발팀장이었던 조경달부사장에게 넘긴다는 계획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 2,000억원에 이르는 전재산인 보유주식 처리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주식을 제 것이라고 여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보유주식 처리문제를 매듭지운 후 멋지게 물러날 것입니다』
김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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