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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르네상스 오는가

입력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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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폭염에 시달리던 이 여름을 서늘하게 식혀 준 것은 한국영화 바람이었다. 올 봄 「쉬리」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영화 바람은 여름을 넘어 가을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용가리」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관객 100만명을 넘었고 「유령」 「자귀모」등이 뒤를 잇고 있는데, 「텔 미 섬씽」등 비중있는 영화들이 가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정부가 영상예술 육성을 2000년대의 정책산업으로 추진하는 시점에 앞당겨 이뤄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약진은 여간 고무적 현상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가 무더기로 탄생한 배경에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제) 논의」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영화인들이 할리우드 영화와 정면대결한다는 각오로 제작한 결과인 셈이다. 영화인들은 이제 첨단적 제작기술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며, 상상력도 폭을 넓혀 여러 장르를 개척한 결과 관객의 호응을 받은 것이다.

한국영화의 관객동원 성공은 올 여름 할리우드 액션물이 저조했던데서 오는 반사이익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몇편의 영화가 성공했다고 아직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말하기는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새롭게 일고 있는 한국영화 바람을 영상문화 전반에 정착시켜야 할 호기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영화들의 공통점은 20억원 이상의 거대자본을 투입하여 관객이 감탄하는 좋은 화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예술성 높은 영화까지 제작할 수 있을 때 한국영화의 기반이 확실하게 다져지게 될 것이다.

같은 영상산업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영화의 기술적·장르적 약진은 TV 프로그램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방송진흥원이 펴낸 논문 「방송 프로그램 모방의 현황과 대응방안」은 우리의 낯 뜨거운 표절 실상을 말해 준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대표적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일본 것을 거의 그대로 베끼거나 유사하게 만들어, 똑같은 프로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문화는 단시일 내에 발전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올 여름 한국영화는 문화도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비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한국영화의 힘이 한심한 수준으로 추락한 TV 프로그램도 끌어올리고, 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도 커다란 자극을 주기 바란다. 또한 영화로서도 발전하는 에너지의 불씨를 계속 살려, 기획방향과 영화 내용에서도 한국적인 것을 완성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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