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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자금이 샌다] 브로커 손 거치면 "아무나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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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자금이 샌다] 브로커 손 거치면 "아무나 벤처"

입력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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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업체가 정부의 저리 벤처지원금과 중소기업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허위로 꾸며주는 사업계획수립대행사(일명 벤처브로커)들이 성업중이다.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퇴직한 전문가들까지 가세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조직은 과거 인맥과 경험을 동원, 간단한 서류조작으로 삼류회사를 일류회사로 탈바꿈시켜 준다. 정부가 실사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벤처관련 업무를 훤하게 꿰뚫고 있는 이들에게 서류심사 통과는 일거리도 아니다.

브로커의 주된 수법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노려 자금지원을 받게 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수령자금의 일정부분을 커미션으로 챙기는 것. 조건은 「착수금 100만~500만원」 「대출금의 20% 리베이트」 등이 주류를 이룬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A사의 조모(34)씨는 『지난 3월 벤처자금 신청기간 동안 「자금 신청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는 브로커 전화를 5~6번 받았다』며 『대부분 융자자금의 10~20%를 커미션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별한 신기술없이 평범한 컴퓨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모(37)씨는 서울 강남의 P컨설팅사를 통해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서류를 작성했다. 이 컨설팅회사는 유령회사를 설립해 직원 임금을 연구비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벤처기업 인증요건 중 「매출액 대비 5%의 연구개발비 투자」항목에 맞는 서류를 꾸며줬다.

사기피해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해 11월 기계제조업체 A사는 『수고비만 주면 정책자금을 타주겠다』는 40대의 금융계 출신 브로커의 제안을 받았다. 이 브로커는 착수비와 진행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챙긴 뒤 종적을 감췄다.

기술과 사업성이 뛰어난 벤처회사들도 브로커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복잡한 기술을 관료들이 요구하는 방식에 맞춰 서류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화기계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최모(43)씨는 『벤처창업자들이 기술은 뛰어나도 관료를 서류로 설득시키는 데는 취약해 브로커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고 전했다.

중기청은 급기야 브로커양성화 방안으로 6월 「중소기업 금융자문회사 설립허가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자문회사들은 중소기업정책자금 및 금융기관 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브로커들의 실태조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번 조치는 오히려 악질브로커들의 활동범위를 넓혀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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