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일부 은행의 서민울리기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기금을 위임받아 주택 구입·전세자금을 대출하면서까지 「꺾기(구속성 예금)」를 강요하는가 하면, 가계대출에도 이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94년부터 근로자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정부를 대신해 대출해 주고 있는 P은행의 횡포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이 은행 모지점에서 전세금 1,000만원을 대출하려던 이모(33·여)씨. 신청한 지 20여일만에 연락을 받고 은행을 찾았으나 담당직원으로부터 서류가 미비하다며 퇴짜를 맞았다. 다시 은행을 찾은 이씨에게 담당직원은 『적금을 들어야 한다』며 「꺾기」를 요구했다. 이씨가 항의하자 직원은 『이 자금은 우리 은행이 정부로부터 로비를 해서 따왔다』며 적금가입을 거듭 요구했고, 이씨가 난색을 표하자 『상환능력이 의심된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이처럼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마련한 전세금·주택구입 자금을 대출받으면서 적금가입을 강요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7%의 낮은 이자율 때문에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점을 악용, 은행이 적금「실적」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대출의 경우엔 더욱 심하다. 정기예금이나 적금을 들게 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하는 등의 꺾기가 거의 대출의 전제조건으로 강요되고 있다.
올 초 N은행으로부터 2,000만원을 대출받은 박모(42·회사원)씨는 『대출 조건으로 매달 6만8,000원씩의 적금을 요구, 할 수없이 가입했다』며 『버리는 셈치고 한달치를 물었다』고 말했다. J은행으로부터 5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은 민모(29·회사원)씨는 『담당직원도 「한달만 넣고 그만 둬도 된다」며 적금가입을 강요했다』며 『은행 실적을 서민이 챙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기관의 꺾기 규제대상에 전세자금 융자나 서민용 가계대출은 아예 제외돼 있어 은행들의 이같은 관행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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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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