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제조회사가 책임지는 「제조물책임(PL)법」의 2001년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업계가 보험가입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또 정부에 유예기간을 1년에서 2~3년 정도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2001년부터 시행예정인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와 제조사와의 민사상 손실배상 책임요건을 뿌리채 바꿔놓게 된다. 지금까지는 제품 생산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제품의 결함이 인정되면 생산자가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 공산품의 경우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까지 연대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사고를 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제조물책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만일의 사태를 가입해 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배짱」하나로 제품을 만들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 자체가 거덜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제조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보험으로 처리하는 중소기업 제조물 책임공제보험사업을 이달 중순부터 시작, 업체들의 가입을 받고있다.
93년까지만 해도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가입 규모는 61억원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77억원, 97년에는 89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본의 경우도 중소기업 PL보험이 보편화돼 9만여개의 기업이 가입해 있으며 보험료도 연간 53억엔에 달하고 있다.
업계는 또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보험료부담과 안전성 투자 등으로 제품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손해배상 책임 증가에 따른 원가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경우 물가에 0.095% 상승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기업이 충분한 대응체제를 갖출수 있도록 제조물책임법 시행을 3년간 유예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상의는 「제조물책임법안에 대한 업계의견」이라는 긴급건의서에서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편입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물책임법의 전면적인 시행은 업계에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중소업체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입법예고중인 이 법안의 시행을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제조물책임보험 가입과 품질관리시스템 개발, 제품안전대책 등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과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며 법시행에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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