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을지훈련이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종료됐다. 이번 을지훈련기간인 지난 16일에는 민방위훈련도 실시됐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위기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실시하는 이들 훈련이 형식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됐다.을지훈련은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어서 실제상황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돼 관심을 끈다. 북한의 서해침범 등 도발위기가 상존하고 몇해째 자연재해가 잇따르는 만큼 정부는 을지훈련과 민방위훈련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실시, 위기관리체계의 허점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흔히 CPX라 불리는 을지훈련의 문제점부터 알아보자.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가 매년 8월 실시하는 을지훈련은 전쟁발발을 가상해 민·관·군이 해야 할 업무나 임무 등을 연습하는 도상(圖上)훈련이다. 을지훈련의 핵심은 군사작전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전지역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것이다.
주민대피 방식은 대개 자가용이 아닌 트럭을 이용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신 고성능무기를 이용한 속전속결의 현대전에서 과연 이같은 소개작전이 실효가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 화생방전이 벌어지면 지하대피는 대피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훈련도 더욱 알차야 한다.
을지훈련기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중요한 부서의 사무실이 비어있는 전북 한 경찰서의 실상이 TV에 보도됐다. 훈련을 주도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처럼 흐트러진 자세를 보여서야 어떻게 국민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민방위훈련도 마찬가지다. 민방위훈련은 75년 첫 실시이래 1급공무원이 민방위업무를 전담했다. 그러나 새정부들어 행정조직을 개편하면서 중앙정부민방위 전담부서장은 과장급으로 격하됐고 지방자치단체는 6급이 전담함으로써 민방위업무가 유명무실화 했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능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연평교전시 교전지역 부근에 국지민방위사태가 당연히 선포됐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으며 8월 경기북부지역의 엄청난 수재때도 민방위동원령이 발령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은 몇차례 북한군전투기 우리영공 침입때 기능을 상실했던 방공망과 민방위체제의 허점을 기억하고 있다. 재난·재해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이 되도록 전반적인 재점검을 정부에 촉구한다. 훈련내용도 현실에 맞게 풍수해, 지진 대비 등으로 다양화해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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