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MBC 미니시리즈 「청춘」이 중도하차했다. 일본 드라마 「도쿄 러브 제너레이션」을 표절한 것이 이유. 영상도 내용도 완벽한 표절이었다. 그리고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 「토마토」도 방송 내내 표절의혹에 시달렸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SBS 「서세원의 슈퍼스테이션」의 일부 코너가 일본 후지TV 「달려라 행복건설」을 표절했다는 판정을 내리고 조만간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우리 방송계에 만연된 외국 프로그램 표절 및 모방 현황과 대응방안에 대해 한국방송진흥원이 19일 연구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대표적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가장 문제였다.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일본 TV 프로그램을 거의 그대로 베끼거나 상당 부분 유사성을 보이는 등 표절 의혹이 매우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SBS의 「게임쇼 하이파이브」의 경우, 일본 TBS 방송의 「세키구치히로시의 도쿄 프랜드 파크2」와 진행자 구성, 출연자의 등장 방법, 게임내용, 세트 등 여러가지가 동일했다. 또 MBC 「해결대작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신동엽의 신장개업」은 내용과 형식, 진행자들의 표정과 대화 내용 등이 도쿄TV의 「사랑의 가난탈출 대작전」과 상당히 유사했다.
이밖에 KBS 「강남길, 이성미의 요리쇼」는 후지TV의 「이구에, 이모리의 요리팡팡」과, KBS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는 TBS의 「여기가 이상해요 일본인」, SBS 「도전 불가능은 없다」는 TBS의 「근육순위결정」과 각각 비슷했다. 진행 방식이나 제작기법 심지어 제목까지 유사한 프로그램도 많았다.
표절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방송 제작진은 표절실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느낄까? 한국방송진흥원이 최근 방송 3사의 PD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우 심각」(3%), 「약간 심각」(36%) 등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9%였다. 스스로도 표절의 심각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혀 심각하지 않음」(7%), 「별로 심각하지 않음」(27%) 도 34%로 조사돼 현실과 관계없이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 PD들도 상당수였다. 모방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영역은 포맷(56%), 아이디어(20%), 연출기법(17%), 내용(7%) 순으로 나타났다. PD들은 외국프로 모방의 원인에 대해 시청률 경쟁, 기획기간 부족, 자질 윤리 문제, 제작비 부족, 외부압력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외국 프로 모방과 표절은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에서부터 국내방송산업의 경쟁력 약화, 외국문화 종속현상 심화에 이르기까지 그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진흥원의 이기현 박사는 국내 방송사의 모방과 표절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획 기간 확보 충분한 제작비 투자 무리한 시청률 경쟁 지양 방송사 자율규제 감시활동 강화 경영진의 의식전환 법규제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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