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金泰東)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재벌비호세력 청산론, 황태연(黃台淵)교수의 「반(反)재벌론」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들이 대통령 자문교수들로 광복절 경축사 작성에 참여한 브레인이라는 점에서 그 파문의 궤적은 더욱 크다. 물론 파문을 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이 비난의 표적이 될 수는 없다. 「반재벌론」은 두 사람이 과거 정권 때에도 누차 피력한 학자적 소신이다. 그들의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경제가 IMF체제라는 치욕적 상황으로 추락한 데는 재벌과 경제관료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교수들은 비난받고 있다. 사려깊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사자들은 『본질을 보라』고 항변할 지 모른다. 재벌정책의 방향을 놓고 토론해야지, 표현이나 형식을 문제삼는 것은 본질의 호도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소신이라도 밀고 갈 때가 있고 담고 있어야 때가 있다. 두 교수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벌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지금은 자신들의 생각을 담고 있을 때이다.
만약 김대통령이 재벌개혁을 주저하거나 잘 못 가고 있다면 두 교수는 나서서 『노(NO)』라고 외쳐야 한다. 하지만 광복절 경축사에 나타난 재벌개혁의 방향은 그들의 생각과 별다른 편차가 없다. 그렇다면 두 교수가 해야할 일은 김대통령의 재벌개혁이 초래한 사회적 긴장을 가급적 완화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긴장과 반발이 있을수록 더욱 강하게 눌러야 한다는 주장도 할 수 있지만, 혁명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것은 순리가 아니다. 소신의 피력이 정쟁을 유발하고 소모적인 색깔 시비의 빌미가 된다면 접어둘 필요도 있다. 소리없는 성과가 상책이 아닐까 싶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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