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정부 세종로청사 17층 교육부 기자실. 대통령의 8·15경축사 후속조치로 교육 부문 사업추진 계획을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2002학년도 대입 무시험 전형제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질 무렵 김덕중(金德中)장관은 깜짝 놀랄 말을 했다. 『(대입제도가) 변할 수도 있고 (2002년 수능시험을 최소자격 기준으로 사용하는 대학 수가) 늘어날 수도 있지 않느냐』이에 한 기자가 『2002년 수능시험을 최소자격 기준으로 하는 대학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12개교로 이미 확정돼 있고 이같은 내용의 「2002학년도 대학입학전형계획자료집」까지 두꺼운 책으로 나와 있는데 모르시느냐』고 물었다. 답변은 『난 그거 몰라요』였다.
이날 장관의 답변은 세부업무를 잘 몰라 나온 실언으로 봐주기에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1주일전 대입제도 담당 국장은 기자실에 와서 『(현 고1년생부터 적용되는) 2002년 대입제도는 기존에 발표된 내용에서 단 한 치의 변화도 없다』며 『내 목을 걸고 확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장관의 발언은 무시험 대입제도의 큰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라기보다는 수능을 최저자격 시험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12곳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것만 해도 수험준비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장관의 중대한 「실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대통령에게 교육부 주요업무보고를 한 뒤 기자실에 내려와서도 『내년(2000년)도 수능시험은 아주 쉽게 출제해 만점자가 5%까지도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기자실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4만명이 만점이라니….
김장관은 이런 발언이 얼떨결의 실언인지 새 정책 추진 의지의 표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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