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관객은 이른바 관련 전문가들로 한정된 소수에 불과했다. 등급보류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작품자체가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폭력 및 음란성의 과도한 묘사」가 유죄로 인정되어 최고 형량이랄 수 있는 3개월 보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우리 관객들이 모자이크 처리로 만신창이가 된 필름조차도 감상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외국 관객들은 「오리지널 디렉터스 컷」(감독 편집 원본)을 감상하며 우리문화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폭력 및 섹스 장면이 과연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케 할만한 정도의 수준인가? 주인공 J와 Y는 전희(全戱)의 한 방편으로 서로 상대방에게 매질을 가한다. 하지만 처음 가느다란 막대에서 시작해 나중에 곡괭이자루로까지 발전한다는 설정은 일종의 코미디다. 이를 두고 과도한 폭력 운운 한다면 이 땅의 액션영화는 모두 상영금지처분을 받았어야 할 것이다.
변태성이 문제라고 하는데 애정표현에 관한 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둘만의 사적 공간에서 무슨 일인들 못하랴. 그렇다면 과도한 노출과 적나라한 체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겠는데 이 역시 모자이크 처리로 가릴 것은 다 가린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성애를 다룬 영화들과의 변별점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좀더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의 신비화는 일찌감치 배제된다.
10대 여학생과 30대 유부남의 불륜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과 권력으로 성을 사고 파는 이른바 원조교제의 음란성에 비추어 볼때 오로지 절대적인 사랑에 기반한 두 사람간의 유별난 관계에서 일종의 연민의 정마저 느낄수 있지 않을까. 타율이 아닌 자율에 바탕한 애정행각을 그린 이 영화의 감상 역시 성인관객의 자율성에 맡겨야 할 것이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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