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신지체장애인 75명이 현행법상 금지된 강제불임시술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있다.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19일 「정신지체장애인 불법·강제 불임수술 실태와 대책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공개, 8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8개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 수용중인 75명(남자 48명, 여자 27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이 강제불임시술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강제불임수술은 「모자보건법」상 유전성정신분열증 등 특수한 증상군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명령에 의해서만 의사가 진행토록 했었으나 지난해 2월 이 규정이 삭제돼 지금은 일체 금지되고 있다.
김의원은 『불임시술을 받은 정신지체장애인 대부분이 시설장(長) 등에 의해 강제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정신지체장애인 불임시술자는 전국적으로 60명으로 파악됐으며, 대부분이 임신전후의 관리를 우려한 보호자가 장애인의 동의를 받아 시행했다고 밝혔다.
불임시술 실태
김홍신의원이 복지부 관계자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불임시술을 받은 정신지체장애인은 8개 시설에서 총 75명. 결혼전 시술자가 70명(남자 44명, 여자 26명), 결혼후 시술자가 5명(남 4명, 여자 1명)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멀게는 85년부터, 최근까지 불임시술을 받았다. 충남 보령 J시설이 불임시술자의 절대다수인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시술기관으로는 일반병원과 가족계획협회 지정병원이 반반씩이었다.
불임시술,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
김의원은 불임시술 대부분이 시설장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반면, 복지부는 보호자들이 정신장애인을 데려가 시술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능지수 70이하인 정신지체장애인들이어서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보호자들의 주장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전남 K시설에 수용중이던 아들 강모(27)씨를 불임시술시켰다는 어머니(57)는 『아들이 결혼할 경우 2세의 「상태」가 걱정돼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충남 J시설 박모원장은 『수용자들이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정상으로 기를 수 없잖아요. 부모들이 장애아의 불임시술을 먼저 시키려는 추세지요』라고 전했다.
불임시술, 이대로 놔둬도 좋은가
강제불임시술은 현행법상 분명히 불법이다. 시술을 하다 적발되면 형법상 중상해죄가 적용될 만큼 엄격하다. 문제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로 요약된다. 보호자들은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불임시술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분위기다. 2세가 정상아로 태어날 보장(한 연구보고서에는 부모가 정신지체장애인이면 2세가 비슷한 질환을 겪을 확률이 4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도 없는데다, 기를 능력도 없는 자식들의 임신을 그냥 넘길 수 없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권 및 장애인 단체의 견해는 다르다.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 김정렬(金正烈)소장은 『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돼야 한다』며 『프랑스는 정신지체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는 등 선진국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에게도 임신을 허용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능이 낮다고 해서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에도 어긋난 비인도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정신지체장애인 자녀들의 결혼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부모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불임시술을 처벌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입장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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