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의 끝없는 따로놀기완전히 갈라섰다. 18일 마침내 젊은 영화인들이 모여 가칭 「사단법인 한국영화인 회의」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젊은 영화제작자, 감독, 배급자, 투자자에서 특수효과와 마케팅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영화계 젊은이 231명이 참가했다.
그들은 『한국영화 생산주체는 우리』라고 말했다. 영화계가 새로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조직이 없어 「한국영화인 회의」를 만든다고 했다. 『영화인 내부의 단절을 딛고 다양성 속에서 통합을 모색할 줄 아는 미래 지향적인 영화인으로 거듭 태어나자』고 외쳤다. 다 맞는 얘기다. 그들이 한국영화 90%를 만들고, 그동안 열악한 환경과 제도에 맞서 싸웠다. 『「한국 영화인회의」가 실질적인 영화인모임』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억지는 아니다. 그러나 누가봐도 한국영화인회의는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김지미)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인협회는 영화인회의는 『영화인을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참여자나 동조하는 회원을 제명시키기로 했다. 영화인들의 「따로놀기 모임」은 한국영화 제작자 협동조합에 대항해 94년 만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이어 두번째. 이제는 영화제도 따로 따로 열릴 판이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또 영화계의 현상만도 아니다. 이념과 가치관에 따른 신·구세대 갈등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한국노총과 민노총, 교총과 전교조. WBC와 WBA에도 있다. 문제는 영화인들의 갈라서기는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것. 그 감정이 영화진흥법 찬반, 「충무로 포럼」 논란을 일으켰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절름발이 출범과 위원장 석달 만에 사표 제출로 이어지게 했다.
영화인회의의 결성에 앞장 선 한 제작자는 『지금 밥그릇 싸움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영화가 부흥기를 맞았지만 사실 제작 편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한국영화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다. 그러나 어느 쪽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선배들은 젊은 영화인들에게 주도권이 뺏기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진위를 흔들고, 젊은 영화인들은 그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질까 부랴부랴 자기들끼리의 단합을 외친다.
물론 후배들을 인정하지 않고, 기득권만 차지하려는 선배들의 책임이 더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영화인들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소리도 높다. 1,000억원이 넘는 영화진흥기금등 어느 때보다 영화계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러날 때를 모르고, 물러난 자를 존중할 줄 모르는 영화인들. 존경도 사랑도 없는 불행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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