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벌 사이에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15일 김대중 대통령의 제54주년 광복절 기념 경축사였다. 김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나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경축사를 필두로 지난 며칠 사이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 제2금융 소유지분 제한, 계열사 지원 차단 등 재벌의 비만한 몸뚱이를 옥죄는 후속 대책들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가경제의 존망을 건 큰 싸움이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이 싸움의 중심에 총자산 규모 국내 2위의 거대 재벌 대우가 있다.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대우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작업은 성공할 것인가? 대우의 구조조정이 무리없이 끝난다면, 이는 재벌개혁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당초 일정대로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경우, 재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우 구조조정의 성패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22일 오후 8시에 방송되는 「KBS 일요 스페셜_재벌에의 경고, 김우중의 성장신화는 왜 무너졌는가?」는 압축성장을 일궈낸 김우중 회장의 경영신화의 허실과, 대우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의 파장 등을 분석, 재벌개혁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대우의 붕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금융시장이었다. 뉴브리지의 제일은행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대우의 부실채권 문제는 시장의 불신을 초래, 대우를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대우사태의 전말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재벌도 붕괴할 수밖에 없는 변화된 환경을 살핀다.
폴란드, 체코 현지 취재를 통해 세계경영의 문제점도 짚어본다. 칭기즈칸의 세계정복에까지 비견되곤 했던 세계경영이 실은, 과다한 차입에 의존한 「모래 위에 지은 집」이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대우붕괴가 시사하는 재벌개혁의 교훈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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