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은 없다. 마치 공포영화 속의 괴물처럼 변종이 판을 친다. 자본주의가 배태할 수 밖에 없었던 어두운 그림자. 검은 돈과 권력과 범죄의 관계를 비장하고 암울하게 담은 정통 갱스터무비 「대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추억이나 낡은 유물에 불과하다. 코미디, 느와르, 공포, 컬트를 마구 뒤섞은 잡종들이 「새로운 맛」이란 이름으로 얼굴을 내민다.해롤드 레미스 감독의 「애널라이즈 디스(Analyze This)」도 그 변종 중의 하나다. 감독의 전작 「멀티플리시티」 「사랑의 블랙홀」이 말해주듯 갱영화라기보다는 갱을 소재로 한 넌센스 코미디에 가깝다. 성마르고 능청스럽고 냉정한 성격파 배우 로버트 데니로도 카리스마와 신중함보다는 가볍고 무식하고 안절부절하는 3류깡패로 바뀌었다. 세상이 변하고, 영화가 바뀌었는데 배우라고 예외일까.
이런 영화의 무기는 고정 관념과 상식을 뒤집는 캐릭터들과 그들이 빚어내는 상황. 뉴욕 최강의 마피아 보스 폴(로버트 데니로)이 신경쇠약증에 걸려 걸핏하면 울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총도 못 쏜다. 무식하고 무자비한 그를 치료하게 된 정신과 의사 벤(빌리 크리스탈)의 반응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둘 사이의 의사불소통. 예를 들면 벤이 오이디푸스를 설명하자, 폴은 『내가 엄마를 넘본다구? 날 변태로 보는거야』라고 화를 낸다. 주변 인물인 폴의 보디가드와 라이벌, 톰의 아들의 무식하면서 용감하고, 영악한 행동이 어울려 쉴새없이 웃음이 터진다.
재치있는 대사와 구성에 로버트 데니로와 빌 크리스탈의 시치미 뚝 뗀 연기가 합쳐졌다. 하지만 깊이가 없는 감각적 웃음이다. 마지막 장면의 질병 원인과 치료, 둘 사이의 우정과 폴의 은퇴선언이 마치 장난같다. 오락성 ★★★★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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