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흐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무서운 기세로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투신권과 증권에 몰렸던 자금들은 대우쇼크를 피해 은행권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대우쇼크 이후 불과 보름여동안 수십조원에 이르는 자금들이 단기간에 대이동을 시작하면서 자금시장의 안정기조는 더욱 흔들리는 양상이다.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식투자 차익실현과 대우사태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10억2,800만달러가 순유출(총유출분에서 유입분을 뺀 것)됐다.
지난 7월 한달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출규모가 3억90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달들어 불과 보름새 전달의 3배를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지난 5월까지 순유입기조를 유지해왔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6월 4,700만달러의 순유출로 처음 돌아선 이후 유출규모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나민호(羅民昊)투자정보팀장은 『대우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는 한 외국인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올들어 자금시장은 투자처를 찾는 뭉칫돈들의 대규모 이동으로 내내 몸살을 앓고 있다. 1·4분기에만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36조2,923억원이나 몰렸던 뭉칫돈들은 2·4분기부터 집단이탈을 시작, 주식형수익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가 1,000포인트를 향해 질주하던 4~7월까지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수탁고는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주식형 수익증권은 29조4,000억원이나 급증하는 정반대길을 달렸다.
이번에는 은행권으로의 역류현상. 대우쇼크가 불거진 이후 뭉칫돈들은 투신권이나 증권에서 서둘러 짐을 챙겨 은행권으로 「피난처」를 옮기고 있다. 이달들어 13일 현재까지 투신권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8조8,251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고객예탁금도 4,001억원 감소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은행권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총예금은 5조8,768억원이나 늘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걸친 이같은 게릴라식 자금이동이 자금시장의 위험도를 더욱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으로 유입된 자금중 상당수가 수시로 돈을 뽑아쓸수 있는 MMDA나 1~3개월 만기의 정기예금 등 단기상품으로 집중되고 있다. 자금시장의 변화가 오면 언제든지 자리를 뜨겠다는 계산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상환(金尙煥)연구위원 『은행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자금시장이 또 한번 출렁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우쇼크의 신속한 해결만이 자금시장의 단기부동화현상을 잠재울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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