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한 여름 「반짝 경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견해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한국영화의 호황은 가을과 연말에까지 이어지면서, 내년 설연휴에 정점을 이룰 것』이라고 영화계는 전망한다.앞으로 나올 작품들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름 개봉작 못지않은 대작, 개성이 살아있는 소재와 스타일의 영화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한섭(서울 에술대)교수의 말. 『과거 유행처럼 한 장르에 휩쓸리던 것과 달리 장르의 다양화 전략이야말로 한국영화 흥행의 필수 요건이다』
「자귀모」의 뒤를 이어 가을 극장을 여는 「질주」(28일 개봉)는 70년대 「바보들의 행진」 같은 느낌을 주는 청춘 영화. 크지는 않지만(제작비 13억원) 독립영화 출신 이상인 감독이 핸드 헬스(어깨에 메고 찍기)와 교차편집으로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맛깔스럽고, 정성스럽게 담았다.
추석 연휴를 기다리는 한국영화는 「카라」 「댄스 댄스」 「러브」(이상 9월 18일 개봉)와 「주유소 습격 사건」(23일 개봉). 특정 장르를 맹목적으로 따라간 작품이 하나도 없다. 소재 역시 한국 영화로는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송승헌 김희선 주연, 송해성 감독의 「카라」는 멜로물이지만 독일영화 「롤라런」이나 영국의 「레인 인 슈즈」처럼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아이디어를 채택했고, 문성욱 감독의 「댄스 댄스」는 「더티 댄싱」「탱고」 같은 한국 최초의 댄스 무비를 표방했다. 미국 현지에서 100% 촬영한 이장수 감독의 「러브」는 멜로에 스포츠(마라톤)를 결합했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은 「통쾌코믹극」이라 이름을 붙일만큼 별난 캐릭터와 상황을 무기로 내세운 작품. 한 공간(주요소)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1,400 컷의 역동적 화면으로 담는다. 여름 흥행작보다는 제작비가 적어 20억원을 넘지 않지만 나름대로 완성도에 정성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관객몰이가 가능한 작품으로 보인다.
10월이면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하드코어 스릴러 「텔 미 섬씽」(감독 장윤헌)이 다시 한번 돌풍을 준비한다. 제작비 20억원. 「여고괴담2」도 개봉을 기다린다. 그리고 내년초에 선보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도 판소리 형식의 독특하고 젊은 분위기여서 그 어느때 보다 기대가 크다.
편수는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결코 평범하거나 허술하지 않은 한국영화들이다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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