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노인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환자들을 위해 허용되고 있는 「진료비 할인」제도가 악용되고 있다. 상당수 병원들이 환자들을 무차별로 유치, 과잉·중복진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대신 의료보험공단에는 진료비를 과다청구해 폭리를 취하고 있고, 환자들이 이들 의료기관으로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병원들이 반발하는 등 의료기관간 갈등이 심화해 의료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18일 서울 관악구 A병원. B사회복지법인이 운영중인 이 병원에는 오전부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짜 진료」 때문이다.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잡지 광고와 플래카드 등을 통해 「무료 병원」임을 홍보, 하루평균 500여명이 넘는 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중 실제 진료비 할인대상 환자는 20%정도. 나머지는 직업이 있거나 가정형편이 괜찮은 일반 환자다. 하지만 진료비는 공짜다. 부산 금정구 H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병원은 의료보험증이나 구청 발행의 의료보호증만 가져오면 무료 진료해주고 약도 처방해준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공짜 병의원」은 100곳이 넘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들 병원이 무료 진료나 진료비 할인을 해주는 근거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내린 유권해석. 복지부는 IMF위기로 실직자가 급증하고 노인 및 장애인들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자, 진료비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들에 대해 병원측이 환자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줄 수 있다는 진료비 할인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상당수 병의원들이 이 조치를 악용, 겉으로는 「봉사」를 내세우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들 병원은 환자들로부터는 진료비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본인부담금 면제에 대한 손실 보전을 위해 과잉·중복진료를 통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최고 3배이상 높은 진료비를 의료보험공단에 부당청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진료를 하면 할수록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환자유치 방법도 다양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인들을 마구잡이로 유치, 「융탄폭격식 무료진료」를 벌이는 병원이 있는 가하면 차량까지 동원, 아파트단지 등을 돌며 환자몰이에 열을 올리는 병원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들 의료기관에 대한 실태파악은 물론 부당진료비 청구사례에 대한 단속등 감독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박병하(朴炳夏)의료정책과장은 『시도에서 무료진료 병원 실태를 파악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반환자를 무료진료하는 등 위법사실이 적발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강력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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