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벌에 「금융에서 손을 떼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산업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들은 무수히 제시되어 왔지만 18일 정부가 내놓은 「재벌의 금융지배 완화방안」처럼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것은 없었다.정부의 재벌개혁구상중 「금융편(篇)」은 단순한 규제·감독이 아닌 돈줄의 근원적 차단을 통해 재벌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벌을 금융으로부터 영구결별시키려는 구상은 「2단계 전략」으로 진행된다. 우선 재벌계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대주주 독주체제에서 사외이사·소액주주들의 견제체제로 전환하고, 무엇보다 고객자금이 계열사, 특히 부실계열·관계사로 흘러갈 통로를 모조리 차단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안대로 보험사의 계열사 투·융자한도를 3%에서 2%로 낮출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계열사 투·융자액(3월말 현재 17,776억원)을 1조500억원, 1%로 하향조정할 경우 무려 1조4,000억원이나 줄여야만 한다.
이에 대해 재계와 금융계 일각에선 금융기관의 재산운용선택을 제한하는 위헌적 측면, 금융기관들의 대체투자처 확보애로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재경부는 『미국도 뮤추얼펀드에 대해선 관계인의 유가증권에는 일절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같은 자금통로차단과 투명경영장치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유도하되, 그래도 실효성이 없다면 은행처럼 제2금융권에도 동일인 소유지분한도를 둔다는 마지막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를 법적으로 금지시킨다는, 「주인찾아주기」와 정반대되는 「주인자격 빼앗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은 「재산권(금융기관소유)」을 직접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에서 재벌들의 엄청난 저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정부내에 형성되고 있는 대(對)재벌정책의 「초강성기류」가 결코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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