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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드롬] 여름극장가 '대박'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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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드롬] 여름극장가 '대박' 행진

입력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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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 영화를 한 편도 안 봤다면 휴가를 제대로 보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가 「대박」이다. 올해 초 「쉬리」 돌풍에 이어 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 열풍이 거세다. 한국 영화 신드롬이자 르네상스다. 「자귀모」가 개봉되던 지난 주말 이틀간(14, 15일) 전국에서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은 무려 60만명. 영화계는 아마 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자귀모」(감독 이광훈)는 개봉 5일만에 전국 관객 40만명을 기록했다. 7월31일 개봉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는 17일 100만명을 돌파했고 같은 날 개봉한 「유령」(감독 민병천)은 65만명. 심형래의 「용가리」(7월 17일 개봉)는 한 달 동안 120만명. 평일에도 전국에서 평균 15만명이 이 네 편의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몰리고 있다. 28일 개봉 예정인 이상인 감독의 청춘영화 「질주」와 추석을 겨냥한 「카라」 「댄스 댄스」 「러브」 「주유소 습격사건」 등이 열풍을 가을에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기준으로 10만~20만명 들면 만족했던 한국 영화로는 이변이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인 「미이라」(245만명)와 「타잔」(12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호황이다. 지금까지 여름 극장가는 할리우드의 독차지였다. 한국 영화는 어린이 만화영화 한 두 편 뿐이었고, 관객도 전체 5%도 안됐다. 지난해 여름 끝무렵(8월 15일)에 개봉해 서울서 42만명을 기록한 「퇴마록」이 최고 기록이다.

7·8월 여름 극장가의 관객수는 줄잡아 1,500만명. 올 여름은 그 중 30% 이상이 한국 영화에 몰리고 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들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2~3주 만에 종영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영화 돌풍의 원인은 무엇보다 「쉬리」 이후 커진 작품의 규모와 제작기술의 성장에 따른 새로운 장르 개척과 시각 효과의 힘.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 미니어처가 거대한 용가리를 만들고, 우리의 핵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게하고, 빗방울조차 영롱하게 보이는 극사실주의를 연출하고, 도심에 저승열차를 달리게 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자귀모」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상영하는 서울극장. 평일인 18일에도 매회 매진이다. 신현철 서울극장 이사는 『외화 4편이 있지만 가장 잘되는 「런어웨이 블라이드」조차 「자귀모」의 70%선』이라고 밝혔다. 「자귀모」를 본 대학생 윤나라(20)씨는 『특수효과가 할리우드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이 정도면 언제든지 우리 영화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극장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 때문에 마지못해 비수기에 한국 영화를 걸던 극장들이 미국 직배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먼저 걸겠다고 나서고 있다. 신이사는 『연말까지 이미 할리우드 영화에 앞서 한국 영화 개봉 일정이 잡혀있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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