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끌어온 이탈리아의 부패척결운동 「마니풀리테(깨끗한 손)」전선이 끝내 무너졌다. 전세계 소시민들을 열광시키며 부패척결운동을 주도해온 이탈리아 밀라노의 치안판사들은 최근 현지 언론에 이 투쟁이 실패했다는 무력감을 토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밀라노 반부패 법정의 게라도 담브로시오 판사는 『마니풀리테 작전은 이제 끝났다』며 『94년 이후 우리는 이미 열세였다』고 말했다.
92년 시작된 마니풀리테는 거악(巨惡)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동시다발적인 지지, 기업가들의 협조 분위기 속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캐들어 갔다. 그리고 전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베티노 크락시 등 거물 정치인과 기업 총수들을 법정에 세우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치안 판사들은 더 이상 영웅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인들의 자백과 성원이 쏟아지던 부패 수사의 시절은 지나갔다』며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과거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마니풀리테의 패배는 정치권의 저항과 지루한 재판절차 등 이탈리아 사법체계의 헛점, 국내외 공조체제의 균열 등에서 비롯됐다. 여전히 야당 당수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루스코니 전총리는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는 3개 TV에 나와 『공산주의자 판사들이 나를 제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카 스칼파로 대통령은 판사들에게 신중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크락시 전총리는 튀니지로 피신해 있다.
7년동안 기소된 사람은 약 4,000명으로 이중 3,300건의 재판이 이뤄졌으나 단 700건만 재판이 종료됐고 수감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돈세탁과 조직범죄 수사 전문가인 스위스의 칼라 델 폰테 치안판사가 최근 구 유고 및 르완다 국제전범재판소소장(수석 검사)로 임명된 것은 이들 판사에게 실망감을 더해 줬다. 게라르도 콜롬보 판사는 그가 공조 수사의 최고 파트너였다며 『현재 외국 기관에 요청하는 자료 중에서 응답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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