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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마당] "중년의 사랑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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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마당] "중년의 사랑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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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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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면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늘 젊은 세대의 강렬한 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섰던 각 방송사 드라마에 잔잔한 반란이 일고 있다. MBC 수·목 드라마 「눈물이 보일까봐」의 인옥(고두심)과 두식(박근형), SBS 주말 드라마 「파도」의 현숙(김영애)과 윤사장(이정길) 짝이 소리없는 반란의 주인공. 40, 50대 중년, 인생 황혼녘의 튀진 않지만 흔들림없이 한결같은 그들만의 사랑법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홀몸이니 그 흔한 불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눈물이 보일까봐」의 영은(김지호)·수현(김태우), 「파도」의 영준(이재룡)·윤숙(이영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드라마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이들 중년 커플이 재미의 감초 역할을 넘어 당당히 사랑으로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눈물이 보일까봐」의 인옥과 두식의 밀고 당기는 사랑은 드라마의 주인공인 수현과 영은의 사랑을 위협할 정도로 격정적이다. 두식은 아버지가 머슴을 살던 집안의 맏딸이었던 인옥을 사랑했었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성공한 두식은 인옥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는 상처받지 않게 도와 주려고 하다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식은 인옥에게 『죽을 때도 같이 죽자고 맹세해 놓고 다른 데로 시집갔다. 네가 이혼한 것은 사필귀정』이라며 분풀이도 해보지만, 그것은 단지 옛사랑에 대한 사무친 회한과 인옥의 불행에 대한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런 두식에게 끌리는 자신을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인옥은 딸 영은이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두식의 아들 수현이라는 것을 알고는 절망에 휩싸인다. 자식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두식에게 『다 끝났다』며 더이상 자신을 찾지 말라고 모질게 말하는 인옥. 그 모습은 모정과 애정 사이에서 힘겨워 하는 중년의 초상, 바로 그것이다.

「눈물이 보일까봐」의 사랑법이 20대 못지 않은 격정이라면, 「파도」의 현숙과 윤사장이 보여주는 사랑은 안타까운 「기다림」과 세심한 「배려」의 사랑이다. 윤사장은 여자가 스물 다섯이 넘으면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온 바람둥이 독신남. 하지만 어릴 적 짝사랑이었던 현숙 앞에서는 그저 가슴이 저밀 뿐이다. 이혼당한 후 홀로 삼남매를 이끌고 모진 세파를 견뎌내며 살아 온 현숙을 윤사장은 때로는 진심어린 충고로, 때로는 안타까운 사랑으로 지켜주려 애쓰지만, 현숙은 자식 걱정으로 아직은 윤사장에게 내 줄 마음의 자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현숙도 최근 방영분에서 윤사장이 아직까지 자신의 여고 시절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가슴 뭉클해 하는 모습을 보여줘 둘의 관계가 어떻게든 발전해 갈 것 같다.

두식과 인옥 커플이 수현과 영은의 관계에 심각한 「훼방꾼」으로 등장하면서 PC 통신에는 20대 시청자들이 올린 두식에 대한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년 시청자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도 만만치 않다.

「눈물이 보일까봐」의 연출자 김사현 PD의 말. 『두식과 인옥은 수현과 영은만큼 드라마 기획단계서부터 비중을 뒀던 인물들이다. 중년의 사랑도 젊은이들의 그것 못지 않게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세월의 횡포에도 꿋꿋이 맞설 수 있는 게 사랑 아닌가』 그러면 이들은 세월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해피엔딩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지만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게 김PD의 아리송한 해답이다.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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