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의 19일 전경련초청 강연이 강장관측 요청으로 취소됐다고 17일 밝혔다. 강장관은 이날 「한국경제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정책과제」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강장관측이 밝힌 표면적인 취소 사유는 「지난달 제주에서 가진 전경련 세미나에서 이미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재벌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한 마당에 주무장관이 재계 인사들을 만나기가 부담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본산인 전경련은 16일 긴급 임원회의에 이어 이날도 본부장회의를 열고 정부 정책에 대한 과민반응을 자제하고 기업 구조조정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 재계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키로 했다. 속으로는 「할말」이 많으면서도 외견상 일체 함구로 일관함으로써 「무언의 항변」을 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 삼성 LG등 대그룹들도 재벌소유구조, 상속세제, 제2금융권지배문제등 포괄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별적으로 나섰다가 다칠 것을 우려해 언급을 애써 자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은 마치 재벌기업들이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정부가 그룹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룹의 시너지효과가 없었다면 우리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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