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12월 2일 서울시민회관이 불탔다. 그 자리에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졌다. 4년 공사 끝에 78년 4월 14일 개관했다. 개관축제는 7월초까지 석달간 16개국 850여명의 예술가를 초청해 150여 회 공연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뉴욕필, 유진 올먼디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영국 로열발레단, 피에르 푸르니에(첼로), 알리시아 데 라로차(피아노), 조안 서덜랜드(소프라노), 헤르만 프라이(바리톤) 등 세계적 단체와 예술가들이 이때 공연했다. 당시 티킷 값은 500원~1만원이었다.화려하게 출발한 세종문화회관은 그러나 몇 년 안가 문화공간으로서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을 듣기 시작했다. 공연은 뒷전이고 정부의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 위주로 공간 성격이 변질됐다. 관장 자리는 구청장 대기소처럼 되어 20년간 21명이나 바뀌었다. 예술행정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란 애초 기대밖이었다. 84년에는 공무원 직영체제의 경직성에 지친 산하 예술단체 책임자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올해 7월 1일, 세종문화회관은 마침내 재단법인으로 서울시에서 독립하고 문화계의 전문경영인자 문화계 인사인 표재순 이사장을 영입했다.
순수예술을 고집하던 세종문화회관은 89년 대중예술에 처음으로 무대를 내주면서 변모를 시도했다. 그해 9월 가수 패티 김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한달 뒤 이미자 콘서트에 이어 조용필 하춘화 김종서 김건모 등 10여명의 대중가수가 대강당 무대에 섰다. 가장 최근에는 1월 H.O.T.가 공연했고, 영화 「용가리」를 상영하는 등 영화관 역할까지 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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