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김대중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김태동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국민회의 정책세미나 강연이 이어지면서 재벌 개혁이 본격화하고 있다.그러나 김대통령 경축사에 대한 청와대측의 공식 해명과 김위원장의 발언 원고 수정·삭제등이 겹치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있다. 과연 재벌 개혁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에 대해 궁금하다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재벌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아 정부가 한 발 물러서는 것인지, 아직도 확실한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인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그 틈을 타 각종 설(說)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강력한 재벌 개혁 의지가 재벌 해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런 뜻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재벌이 업종전문화를 통해 개별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호 경제수석도 재벌 해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재벌의 가족경영 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이같은 개혁을 위해 재벌 비호 성향이 있는 관료, 금융계 상층부의 인적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 나중에 수정·삭제했다. 「재벌 해체」나 「인적(人的) 물갈이론」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은 국민들이 합의한 사항이고,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재벌 개혁은 향후 우리 경제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문제여서 그동안 각종 주장과 이론이 많았고,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이 크다. 앞으로 재벌이 어떤 모양새를 갖춰 어떻게 기능해야 할 것인가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 상층부의 발언은 그 영향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의 해명과 수정·삭제 사태는 재벌 개혁의 효율적인 추진에 득이 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조율되지 않은 사항의 발표는 정부의 진의(眞意)에 대해 의구심을 높이는 등 불필요한 잡음과 혼란을 가중시켜 개혁 추진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책에는 무엇보다 투명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벌 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설명한 후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와 법에 따른 자연스러운 개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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