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저금리를 피해 투신사로 몰렸던 뭉칫돈들이 주식시장 침체와 대우사태에 따른 수익증권 기피현상으로 은행권으로 역류하는 등 금융기관간 「자금대이동」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들어 12일 현재까지 은행의 총예금은 4조8,236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분(1조7,816억원)의 2.7배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7월 한달간 증가규모(3조7,472억원)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예금종류별로는 정기예금·적금 비과세장기저축 등 저축성예금이 4조2,753억원, 보통·당좌예금 등 요구불예금은 5,483억원이 늘었다.
은행 예금은 지난 5월에는 3,615억원 감소했으나 6월 2조2,414억원, 7월 3조1,069억원 증가하는 등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은행들은 갈곳 잃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가연계형상품 등 틈새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달리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지난 4월 2조2,439억원이 유입된 것을 끝으로 5월에는 4,925억원, 6월 9조9,911억원, 7월에는 1조8,084억원이 각각 줄어들었다.
8월 들어서도 12일까지만 무려 6조8,441억원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3,372억원이 몰려오던 것과 비교해 「극과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간별로는 장기공사채형은 4,303억원, 단기공사채형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조2,299억원이 이탈된 것을 비롯해 모두 6조4,138억원이 감소했다.
또 7월중 2조4,102억원 늘어났던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대우쇼크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달들어 3,623억원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투신사에서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내년 7월 전면 실시될 채권시가평가제로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우사태로 불거진 수익증권 환매불안이 투신사 수신고를 쪼그라들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 이상우(李上雨)자금시장팀장은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짙게 남아있는 한 예금자보호법 등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은행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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