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기조 '비슷', 소득불균형은 '큰차'80년대초 제2차 석유파동과 97년 하반기이후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불황과 실업, 가계파산 등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지게 한 이 두번의 경제쇼크는 어떤 점이 같고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일까.
한국은행은 17일 「제2차 석유파동이후와 최근의 경제상황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두 기간을 비교 분석해 난국탈출의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닮은 점 제2차 석유파동 및 외환위기 이후 모두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낮아졌다. 79년 석유파동은 80년 우리나라 경제에 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2.7%)을 안겨다줬다. 그러나 오일쇼크가 가시면서 성장률은 81년 6.2%, 82년 7.6%, 83년 11.5%로 다시 높아졌다. 외환위기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지난해 마이너스 5.8%(98년)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줬던 우리나라 경제는 99년 1·4분기 4.6%로 회복조짐이 완연하다.
물가가 안정을 되찾는 점도 닮았다. 석유파동 당시 80년 28.7%로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1년 21.3%, 82년 7.1%, 83년 3.4%로 낮아져 87년까지 2∼3%대의 안정기조를 유지했다. 98년 7.5%에 이르던 물가상승률은 99년 1∼7월중 0.6%로 떨어졌다.
▦다른 점 석유파동보다 외환위기 때가 실업의 고통이 훨씬 크다. 5.2%(80년)의 실업률에 75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했던 석유파동 때와는 달리 외환위기 때는 실업률이 6.8%(98년)로 치솟고 실업자도 2배 이상 늘어난 159만명에 이르렀다. 청년실업도 대폭 늘어났다. 외환위기의 경우 경기침체외에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소득불균형의 문제. 2차 석유파동기에는 소득분배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중 하위 1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에 대한 상위 1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 배율을 보면 80년을 전후해서는 8배 수준을 유지했으나 98년중에는 97년의 8배에서 9.4배로 높아진 데 이어 99년 1·4분기중 10.2배로 치솟고 있다.
▦정책적 시사점 한은은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고착화하면 사회불안을 야기함은 물론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파동 당시 물가가 장기간 안정을 보였던 것도 새겨둬야 할 대목이다. 한은은 국제유가 급등과 임금인상 등 각종 인플레지표가 벌써부터 들먹거리고 있는 점을 환기시켰다. 한은은 석유파동 때처럼 물가안정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총수요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는 노력을 점차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2차 석유파동기에 비해 주가의 하락 또는 상승 속도가 빠르고 주가 변동성도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거시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식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거나 불안정하게 등락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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