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 마이 갓스(Oh! My Gods)」는 제목에서부터 교묘한 함정을 파두었다. 습관적으로 읽은 사람에게는 「아이구! 맙소사」라고만 읽히기 딱 좋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보자. 신이 복수(複數)다. 즉 「오! 나의 신들이여」.문화기획 나들목이 만든 이 연극은 새 천년을 코앞에 둔 한국인들이 실은 얼마나 지독한 다신론자인가를 고해 바친다. 그들은 제각각 황금의, 사이버 문화의, 빗나간 종교적 열정 등 온갖 잡신들의 노예일지도 모르잖는가. 이 코미디 같은 현실을 시끌벅적 유쾌하게 일러주는 뮤지컬이다.
어느 TV사에서 만든 「밀레니엄 베스트 5」라는 프로에 등장하는 다섯가지 에피소드를 펼쳐 보인다. 무대 좌측에 높다란 단을 마련, 아나운서가 곧 벌어질 상황을 압축한다. 병원은 알고 보니 보험금 싸움터, 룸살롱 중독자(아버지)_TV 드라마 환자(어머니)_게임 중독자(아들) 등으로 찢어진 모래알 집안.
『주님의 계시, 온라인 입금 잊지 말아라』 장로가 입원 환자들에게 장엄하게 이르는 말이다. 『교인이니 성경을 읽긴 하지만, 사는 데는 도움 안 되니…』 독실한 기독교도의 푸념이다. 『가능한 한 펼쳐 보지 않는거야』 35년 동안 한 성경책으로만 버텼다는 실속파 교도. 힙합 반주에 쏟아지는 랩, 『바쁘게 사는데, 성경 볼 틈 어딨어』
반라의 모습이 흔히 등장하는 이 「신성모독적」 연극의 출연 배우는 모두 기독교 신자. 뿐만 아니라, 원작자(손현미)·연출가(최종률)까지도. 최근 역기능만 유달리 불거져 온 한국 기독교의 자기 반성으로 읽힌다.
뮤지컬은 무엇보다 노래의 만찬이다. 「TV 시편 23편」 「뜨거운 것이 좋아」 등 발라드에서 레게 블루스 힙합까지, 연극에 등장하는 10곡은 9월말 음반으로도 출시될 예정. 10월 24일까지 알과핵. 월~금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토·일 오후 4·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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