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부패와의 전쟁」중이다.2월15일 발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해외뇌물방지협약은 「부패라운드」의 서막에 불과하다. OECD는 한국 등 36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을 근거로 각국에 공정한 법질서 자유시장 경쟁 공무원 규제 철패 등을 담은 부패근절법안의 제정을 요구해 왔다. 또 협약 미체결국에 대해서는 금융 등 각종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우리정부가 17일 발표한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보호」를 법률화할 것을 끈질기게 권고해 왔다.
부패척결을 위한 국제기구의 압력은 금융지원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올들어 원조자금이 독재자나 부패한 공무원의 주머니로 들어갈 여지가 있다며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부패라운드가 더이상 캠페인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패라운드를 뒷받침할 국제회의도 잇따르고 있다. 2월에는 미국에서 공공부문 부패방지를 위한 회의가 열렸고 10월에는 남아공에서 국제반부패 회의가 개최된다.
부패척결의 선두주자는 역시 싱가포르다. 60년에 이미 공직자가 재산형성 과정을 설명하지 못할 경우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부정부패방지법」을 제정했다. 또 총리 산하 독립기관인 부패행위수사국을 둬 혐의가 있는 공무원을 구속수사하고 있다.
미국은 79년 연방선거운동법을 제정, 정치인들에게 3개월마다 정치자금 내용을 연방선관위에 보고토록 하고 100달러 이상의 헌금에 대해서는 자금추적이 가능한 수표 기부를 원칙으로 했다. 77년 록히드 사건이 터지자 뇌물을 주고받은 기업과 공무원을 상대로 최고 2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부패방지법」도 제정됐다. 영국은 올해 2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공공이익폭로법」을 마련했고, 스위스는 96년부터 모든 정부 계약서에 「돈이나 선물, 특혜를 사절한다」는 반부패 구절을 삽입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