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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야무야 민방위' 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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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야무야 민방위' 손보자

입력
199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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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일부터 CPX에 들어갔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지고 있는 CPX는 국무총리가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총리실 소속 비상기획위원회가 주관하는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함께 정부산하기관 직원까지 포함한 전 공무원이 전쟁발발시 정부조직의 행동지침을 도상훈련하는 위기관리 실습이다.한 예를 가상해보자. 한·미·일의 필사적인 외교노력을 외면한 채 북한이 인공위성발사 시험을 강행한다면 미국과 일본은 한국민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택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전혀 예상 밖의 국지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다.

굳이 핵전쟁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이라크전쟁때나 코소보전쟁시 보여줬던 것과 같이 강력한 해상봉쇄와 아울러 북의 심장부에 일격을 가할 것이며 북은 즉각 응전할 것이다. 이를 기화로 일본자위대는 독도에 군진지를 확보할런지도 모른다.

결과는 서해 연평해전과 같이 싱겁게 끝날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세계최고급의 화학전무기와 생물학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미가제(神風) 전법으로 부산, 여수선(線)까지 넘어 미국전함과 미군기지, 한국군기지, 병참기지, 전쟁물자생산기지를 가공할 수준으로 공격할 것이고 장거리포에 화생탄두를 실어 천안선(線)까지 무차별적 생명살상을 시도할 것이다.

이런 때에 정부 각 부처는 각각의 위치에서 어떻게 위기관리를 수행할 것이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피해, 극한적 혼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이냐를 정밀하고 상세한 체크리스트와 시나리오에 의해 점검 수행하는 것이 CPX훈련 내용이다.

그러니까 국군에 의한 전통적 전쟁수행권 이외의 모든 것이 이 훈련 속에 있는 것이며 자연히 관민방위가 주체가 되게 되어 있다. 관민방위는 정부조직 및 정부산하조직방위, 순수시민방위, 예비군방위를 종합한 말인데 90년을 기점으로 해서 관방위와 예비군방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민방위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꼴이 되어 버려서 CPX의 실효성은 그만큼 유명무실해졌다.

75년 민방위 출범당시만 해도 민방위 수장은 국무총리, 주관부처장은 내무부장관이고 1급 공직자가 민방위를 전담했었다. 그러나 98년 행정조직 개편시 중앙정부 민방위 전담부서는 과장급으로 격하됐고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6급이 전담함으로써 민방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실례로 서해 연평교전시 교전부근 지역에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당연히 발령했어야 할 국지민방위사태선포를 하지 않은 채 넘어갔고, 이번 게릴라성 폭우시 수해지역 방재작전을 위해 당연히 동원됐어야 할 민방위대가 동원되지 않아서 피해가 그만큼 더 커졌다.

국방력은 정규군의 방어공격력과 관민의 전국 통일적 위기대처 민방위력이 합쳐져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집권여당과 행정개혁 당국자는 대북 포용정책이 결실을 맺어 한반도내에서는 절대도 국지전이 안 생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면서 민방위 훈련시간으로 민폐만 끼칠 일이 아니고, 과감하게 민방위를 폐지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반듯한 모양과 차관급 행정조직을 갖추어 강한 민방위를 운영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이규학·방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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