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17일 발표한 부패방지종합대책은 김대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국정개혁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구조적 부패를 청산하는 문제는 해묵은 국가적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패문제와 비리구조의 정리 없이 새 밀레니엄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조적 부패를 방치하면서 선진국 도약의 꿈을 꾼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이미 세계는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부패한 국가와는 무역거래마저도 회피하는 이른바 「부패라운드」의 입김도 드세다. 정부가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부패청산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조치는 비록 만시지탄이나 뜻있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종합대책을 보면 내달중에 반부패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기국회 때 돈세탁 방지법과 각 분야의 부패방지대책을 망라한 부패방지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것이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각별한 의미로 와 닿는다.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이런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부패와의 전쟁을 승산있게 추진하느냐 하는데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갖추었다고 해도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뒤따르지 못하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고질적 부패지대로 지적받는 공무원사회의 정화를 위해 행동강령을 제정하고 보수현실화 계획도 마련했다. 경찰 세무 건설 건축 식품위생 환경 등 6대 취약분야의 부패방지를 위한 70개 개혁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퇴직전 3년간 근무했던 부서업무와 연관있는 기업·협회등의 재취업도 제한키로 했다. 특히 부패혐의로 면직된 자는 5년간 관련 기업이나 단체에, 면직 후 15년 또는 형집행 종료 후 10년간 공직 재취업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내부고발자 보호, 기업부문의 투명성 제고 등의 장치도 마련됐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패척결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구조적 비리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부패청산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는 가장 훌륭한 법체계를 가졌다고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얼마전 국제투명성협회(TI)가 매긴 우리나라 청렴도 순위는 세계43위였다. OECD가입국 순위로는 최하위급이다. 훌륭한 제도, 또 이를 실천하려는 공직자의 올곧은 자세가 어우러질 때 부패청산은 가능하다. 늦게나마 우리사회가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부패청산의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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