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가리켜 「장칼」이라고 부른다. 한국일보안에서는 새로 들어온 견습기자부터 회장까지 그러기를 자연스러워 한다. 장칼을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장명수 칼럼」의 준말이다. 그러나 이 별명이 생기고부터 「장칼」은 준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시원하게 핵심을 말하려는 퍼스낼리티와 쉽고 거침없고 날카로운 글이 「칼」이라는 단어와 우연하게 결합된 언론인 장명수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그 「장칼」이 여성으로서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일간신문 사장겸 발행인에 취임했다. 그는 여기자 최초라는 기록을 이미 깼다. 작년에 최초의 여성 주필에 올랐었다. 사장으로 선임된 직후 소녀처럼 들뜬 미소에서 그의 여성다움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와 일해 온 많은 사람들은 그를 처음 대하면서 여성 동료 또는 여성 상사로 생각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런 성별관념의 벽은 허물어지게 된다.
■요즘 미국에는 두 사람의 여성이 폭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토크」라는 잡지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티나 브라운은 영국 출신이면서 뉴욕으로 건너와 퇴조일로를 걷던 「베너티 페어」를 살려낸 후 뉴욕의 고품격 잡지인 「뉴요커」를 인기 정상으로 만드는등 3타석 연속홈런을 쳤다. 또 한 사람은 칼리 피리오나. 그는 여자는 얼씬도 못한다는 「다우30」, 즉 미국 30대기업의 하나인 휴렛패커드의 최고경영자인 사장에 취임했다.
■오늘의 기업경영은 시대를 읽는 탁월한 감각과 창조성을 요구한다고 한다. 티나 브라운이나 칼리 피리오나는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그런 능력을 닦았던 사람들이다. 37년간 정열과 창의력을 글쓰는데 쏟았던 장명수 사장은 바버라 월터스에서 티나 브라운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그가 새로운 경영무대에서 어떤 창의력과 통합능력으로 전환기의 언론을 항해해 나아갈지 바라보는 것은 언론계 뿐만은 아닌 것같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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