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로 활동하는 백주은씨의 첫 시집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시집은 민음사가 장르 구분없이 주는 「오늘의 작가상」 올해 본심 후보에 올랐다가 아깝게 탈락한 백씨의 시들을 모은 것이다.출간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보다도 시집을 펴들면 백씨가 얼마나 재주있는 이야기꾼인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아침마다 일진을 본답시고/ 화투장을 만지작거리며 노닥거리는 건/ 오락도 아니고 도박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나 죽이는 습관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잘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운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지?/ 돈을 상징한다는 똥이 떨어지면/ 원고료가 요행히 서너 푼 들어오고/…하지만 내게 가장 많이 떨어지는 건/ 술을 상징하는 국화가 아니겠어./ 아닌게 아니라 나야 매일 밤이면/ 부어라 마셔라 술타령밖에 더 있니.」(근황·1)
잡담이거나 너스레 떠는 이야기들이 백씨의 시를 끌고 가는 힘이다. 또 한켠에서는 하루라도 자신의 자리를 점검하지 않으면 설 자리를 잃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하고, 「회창이 옵빠! 기택 형!! 해찬아!!!」라고 가리지 않고 큰 소리로 현실을 불러대는 단순 명쾌함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백씨의 시들은 시를 읽는 일이 때론 참으로 즐거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