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인가」.5년 넘게 끌어오던 통합방송법 통과가 14일 끝난 임시국회에서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보름 넘게 진행된 방송파업 등 격심한 진통을 치렀음에도 제대로 토론 한 번 해보지도 못했다.
정부·여당은 방송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회기내 통과를 서면으로 방송노조 측에 약속했었다. 공동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이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노·정간 합의문의 서명주체였던 국민회의 측은 방송정책권의 정부 보유 등을 주장하며 막판 「몽니」를 부린 자민련 측에 책임을 돌린다.
자민련은 이에 대해 『노조 측과 대화한다길래 「수고한다」고만 했지, 우리가 언제 합의해 준 적이 있느냐』며 오히려 국민회의를 비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하는 사이, KBS와 MBC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각 방송 노조 간부들에게 줄줄이 구인장이 발부돼 방송파업 때보다 사태가 악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방송노조들은 재파업을 준비중이다.
통합방송법 무산으로 인해 국민들이 져야 할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당장 2000년 디지털 위성방송 시작을 위해 내달 2일 발사되는 무궁화 3호 위성이 법적 근거 미비로 1, 2호에 이어 그저 공중에 떠 있다 수명을 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위성제작 및 발사에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방송개혁 및 21세기 방송선진국 진입을 위해 통합방송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던 국회의원들. 입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구실도 못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방송가와 국민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다.
/문화부 황동일기자 do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