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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의 현실주의적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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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의 현실주의적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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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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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에서는 몇 년 전이라면 가히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일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들의 성립, 국기 및 국가법안의 성립, 국회(중의원)내 헌법조사회 설치결정,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참배를 위한 방침마련 등이 바로 그것이다.35년 동안 잔인하고 가혹한 지배를 받았던 우리에게 일본의 이러한 과감한 변화는 불길한 일이며 분노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의 변화가 내외세력들의 압력에 의해 쉽게 방지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본의 변화는 냉전종결이라는 새로운 국제상황이 야기한 일종의 필연적 결과이다. 국내적으로 냉전종결은 평화세력들의 일종의 구심체 역할을 해 오던 사회당의 해체와 보수적 정치세력의 일방적 강화를 낳았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방위분담 증가요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일본은 냉전이후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강화된 국가존립기반을 확립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96년 이래의 미일 신안보선언, 미일방위협력지침 책정, 주변사태 관련 유사법제의 확립 등의 사건들은, 미일동맹을 전제로 하지만 일본이 21세기에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정치·군사적 주도국가가 될 것임을 천명하는 사건들이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국가 및 국기로 인정되어 오던 기미가요(君が代)와 히노마루(日の丸: 일장기)를 구태여 공식화하려는 입법화나 야스쿠니신사의 국립묘지로의 격상노력 등은 미래 일본의 세계적 위상에 걸 맞는 국가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7월초 중의원에 설치하기로 결정된 「헌법조사회」도 종래의 「평화헌법」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헌법제도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보수세력과 자유주의·평화주의 세력간의 시각차이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는 보수정치세력들에 의해 강하게 추진되고 있고, 반대파들은 지극히 분산되어 있다. 그 만큼 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은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커다란 문제를 던지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국가전략은 중단기적으로 대중국 관여(포용)라는 미국의 정책기조를 따르면서 북한문제를 보다 직접적인 구실로 하여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야에서 일본의 보수적 정책결정자들은 한결같이 지역 강대국인 중국과의 힘의 균형 혹은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어느 순간 한국이 중·일 양대국간 영향력 경쟁구도에 휘말리는 것도 당연히 있음직한 일이다. 최근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정치, 군사, 경제적 개입을 보다 적극화하려는 것은 잠재적인 중·일간 경쟁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일본의 우경화에 분노하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일본과의 「밀월」 분위기에 무원칙하게 편승하려는 두 가지 스테레오타입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세기 한국이 강대국간 영향력 경쟁의 미미한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가는 현명한 국제사회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주적 외교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국내의 민주주의를 슬기롭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송주명·한신대 교수·일본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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