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기사는 정치기사가 아니라 증권기사인 듯하다. 방문하는 독자수를 매일 집계하는 인터넷한국일보(hk.co.kr)에서 평소 방문자수 1위인 기사는 증권, 2위는 경제다. 정치는 사회와 엇비슷하게 3, 4위를 맴돈다. 시시콜콜한 정가소식은 주가 변동만큼 읽히지 않는다.미국도 비슷하다. 유치원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진 직후 CNN방송 인터넷사이트(cnn.com)가 여론조사를 했다. 『내게 현재 가장 중요한 뉴스는 무엇인가』. 증권뉴스가 총기난사사건에 이어 2위였고 내년 대통령선거가 최하위였다.
그런데 「전직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사면」같은 특별한 기사가 실리는 날에는 정치기사가 증권기사를 제치고 방문자수 1위를 기록한다. 사람들은 정가소식류 기사에는 무관심하지만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큰 것이다.
인터넷한국일보가 최근 『김현철씨를 8·15에 사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을 던졌을 때 많은 방문자가 응답한 것도 큰 쟁점의 정치기사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여전함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한국일보의 조사에서는 91%가 사면을 반대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비판여론이 예상보다 덜하다고 안도하고 있다지만 이 조사결과나 독자투고, 시민단체들의 움직임, 청와대 홈페이지(cwd.gov.kr)에 투고된 『대통령은 왕인가? 민의에 반하는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왕의 행동과 다름이 없다』같은 의견은 분명히 격렬한 비판여론을 보여준다.
주말에 만난 친지들도 『정치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해놓고 종국에는 김씨 이야기를 꺼냈다. 거센 반대여론을 등지고 사면한 정말 이유가 뭘까 하는 추측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외국의 대통령 중에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누군가를 사면했다는 기록은 없다. 주목할 만한 외국의 대통령 사면건은 셋이다. 94년 포드대통령은 『재임 중 가장 힘든 결정을 했다』고 토로하면서 정치불신을 일으킨 것으로 비난받은 닉슨전대통령을 사면했다. 98년 클린턴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첫 흑인 플리퍼를 사면했다.
플리퍼는 위증혐의로 강제퇴역 당했는데 그것은 100년 전의 사건이었다. 사면이유는 당시 판결이 인종차별적이었다는 것이다(guidon.com). 같은 98년, 이스라엘 와이즈만대통령은 아랍전과 관련됐던 공무원들을 부분사면했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유있는 사면들이다.
자, 이제 『장성한 아들을 둔 후보는 대통령으로 뽑지 말자』는 농담까지 돌고 있는데 우리의 정치불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다.
/박금자
par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