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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학상] 정영문-人生의 무의미성 끊임없이 들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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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학상] 정영문-人生의 무의미성 끊임없이 들쳐내

입력
1999.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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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소설가 정영문(34)씨의 작품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96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는 이듬해 이 소설과 단편 「환멸」을 묶어 단행본 「겨우 존재하는 인간」(세계사 발행)을 냈고, 지난해 말 짧은 이야기들을 모은 「검은 이야기 사슬」(문학과지성사 발행)을 출간했다.몇몇 평론가들이 지적한대로 그의 소설은 전통의 우리 소설에서 만나기 힘든 인상적인 환상과 관념, 존재의 불안 속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개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권태와 공허가 지금까지 쓴 내 소설의 주제』라고 말했다.

카뮈의 「이방인」 같은 발상인 「겨우 존재하는 인간」은 밑도 끝도 없이 권태에 사로잡힌 사람의 일상이다. 그 권태란 세상이 아무 의미없음, 결국 부조리(不條理)하다는 생각에서 밀려들고, 또 그런 허무감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는 완전히, 우연히 이 세계를 배경으로 등장한 막연한 움직이는 형상들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었다.…나는 곧,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의 맹목성 속에서만, 맹목적인 지향성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상하지 못한 욕구에 휩쓸려 한 남자를 돌멩이로 내리치고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도 그건 「사건」이 되지 못한다.

45편의 이야기를 묶은 「검은 이야기 사슬」 역시 주제는 비슷하다. 다만 카프카의 「심판」에서 처럼 느닷없이 수사관들이 찾아와 주인공을 데려가고 왜 그러는지 알 수도 없는 심문을 진행하는, 사건의 돌발성을 차용한 글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카프카는 정씨가 베케트, 보르헤스와 함께 즐겨 읽는 작가다.

내면의 흐름과 극사실적인 표현, 또는 주절거리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씨는 인생의 의미없음을 반복해서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고 치기어린 위악(僞惡)이 아니라 악 또는 죽음과 정면대결한다. 『인생에서 의미를 찾겠다는 말이 헛된 것임을 보여주려 한다』 그의 소설 역시 무의미함으로 가득 차 있다. 올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낼 새 장편소설에서도, 또 「동서문학」 겨울호에 발표할 중편에서도 삶의 의미를 해체하는 이런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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